정재계 사랑방 ‘무교동 신성일식’ 53년만에 문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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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식집중 가장 오래돼…내달 15일 폐업
역대 대통령-동교동-상도동계, 재계 총수도 단골
“송해 선생, 식사하다 즉석 ‘전국노래자랑’ 열기도”

전북 고창서 상경해 21세에 일식집에서 일을 시작한 청년은 어느덧 75세 노인이 됐다. 1972년 식당에 합류해 2년 뒤 가게를 넘겨받았고 수많은 손님들을 맞으며 50년을 넘겼다. 하루하루 세월을 쌓다 보니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일식당이 됐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신성일식’의 문채환 사장(75) 이야기다. 서울시 등록일을 기준으로 1973년부터 영업해 서울 최고(最古)의 일식당인 신성일식이 주변 재개발로 다음 달 15일 문을 닫는다.

6일 신성일식에서 만난 문 사장은 “이명박,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오셨었다”며 “경호가 강화돼 식사하던 공무원들도 부담스러워서 잽싸게 나갔다”고 웃었다. 고건,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권노갑 전 의원 등도 단골이다.

국회의사당과 법원이 시청역 인근에 있던 시절부터 영업을 해왔고 서울시청, 정부서울청사와도 가까워 주요 정치인들은 이곳을 즐겨 찾았다. 동교동계 핵심이었던 한화갑 전 의원은 “단골 정도가 아니라 내 집 드나들 듯이 다녔다”고 했고, 상도동계 좌장이었던 김덕룡 전 의원은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어죽도 내가 ‘속에 밥을 좀 채운 다음에 술을 마시면 더 잘 들어간다’고 조언을 해 시작된 메뉴”라고 회상했다. 대한민국 대표 MC였던 송해도 단골이었다. 문 사장은 “송해 어르신께서 식사하시다가 갑자기 ‘전국노래자랑’이라 외치더니 즉석 노래자랑 대회를 여는 흥겨운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이곳의 대표 메뉴인 두툼한 숙성회를 좋아했다. 통갈치를 토막 내 김치와 함께 숙성한 ‘갈치김치’도 단골들의 사랑을 받아온 메뉴다.

신성일식 건물은 1934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목조건물이다. 자연히 긴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다. 문 사장은 “고 전 총리께서 서울시장 시절 가게에 왔다가 ‘시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물 아니냐’고 농담하신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폐업을 앞두고 매운탕을 담아내는 쇠로 된 뚝배기가 깨지는 일이 있었다. 문 사장의 아들 동일 씨(43)는 “개업 초기부터 써온 뚝배기인데, 숟가락으로 너무 긁어서 갈라진 것 같다. 쇠가 갈라질 때까지 영업을 한 것”이라고 했다.

폐점 소식에 단골들의 마지막 예약도 이어지고 있다. 문 사장은 “영원한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착잡하다”면서도 “50년 넘게 그랬듯이 마지막까지 손님들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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