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 살인, 음주 뺑소니, 성폭행…지독하게 얽히고설킨 3명의 '악연'

3 weeks ago 7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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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를 갚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려는 백수. 시체를 묻어 음주 뺑소니 사고를 숨기는 한의사. 학창 시절 당한 성폭행을 복수를 다짐하는 간호사.

웹툰 <악연>은 이처럼 지독한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세 명의 주인공 이야기를 그린다. 최희선 작가가 2019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카카오웹툰에 연재한 작품. 넷플릭스 6부작으로 제작돼 지난 4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360만 시청 수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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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3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작품을 시작하는 인물은 빚에 허덕이는 백수 '박재영'이다.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장기를 적출해 갚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사채로 3억이라는 거액을 빌렸다. 절박해진 그는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으로 돈을 마련해야겠다는 흉악한 계획을 세운다. 재영은 한 노숙자에게 아버지를 죽여달라 부탁하고, 둘이서 보험금을 나눠 갖기로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한의사다. 외모는 변변치 못해도 공부는 열심히 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덕분에 학창 시절에 꿈도 꾸지는 못했던 미녀와 연애도 하고 있다. 둘이 오붓한 밤을 보내던 중 그의 애인은 가야 할 곳이 있다며 급히 자리를 뜨려 한다. 술에 취한 채 애인을 태우고 차를 몰던 중 산중 도로에서 한 노인을 치어 죽인다. 두 연인은 현장에 있던 목격자를 협박해 시체를 숨기기로 모의한다.

마지막 주인공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주연'이다. 학창 시절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 때문에 수년이 지나도록 악몽에 시달린다. 그를 더욱 괴롭히는 건 당시 남자친구가 공범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상처를 품고 살던 중 주연의 머릿속에 문득 '가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겠지'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그는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3명의 남자를 찾아 나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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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듯 말듯 오묘하게 겹치는 세 명의 이야기가 점점 하나의 악연으로 수렴한다. 작품은 독자들이 3명의 이야기에서 연결점을 찾고 서로 어떻게 이어질지 추리하게 만든다. 하지만 독자들이 어떤 반전을 머릿속으로 그릴지 예상이라도 한 듯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펼쳐진다. 추리가 계속 어긋나면서 서스펜스가 작품 내내 풀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마무리됐다고 안심할 즈음 어김없이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해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다. 공포, 희열, 증오와 같이 온갖 감정이 생생하게 담긴 비릿한 표정 묘사를 한 그림체가 몰입을 강화한다.

작가의 '독자를 속이는 능력'이 돋보인다. 예상할 만한 반전을 한 번 더 꼬아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서술 방식이 돋보인다. 세 개의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지기 때문에 구조가 조금 복잡한 편이다. 그럼에도 반전이 억지스럽지 않고 철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퍼즐처럼 맞춰진다. 이야기를 이해하고 다시 읽으면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사소한 복선과 힌트들이 섬세하게 숨겨져 있다. 덕분에 두 번 읽었을 때 색다른 매력이 있다. 웹툰 <악연>은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구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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