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증권가 침묵에…SKT 개미들 '분통' [종목+]

1 day ago 2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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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유심(USIM) 해킹 관련 투자의견은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입자 유심(USIM) 해킹 사태에 휘말린 SK텔레콤(SKT)에 대해 정부가 '신규 가입 잠정 중단'의 초강수를 둔 가운데 주주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진단하고 투자 판단을 도와야 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침묵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2일 오전 9시21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SK텔레콤은 전 거래일보다 1000원(1.84%) 하락한 5만3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이번 정보 유출 사태가 처음 알려진 지난 22일부터 나흘간은 큰 변동은 없었다. 하루만 제외하고 주가는 사흘을 올랐다. 하지만 유심 교체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 28일 교체가 유심 부족 등으로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가입자 이탈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이틀 연속 크게 하락했다. 이틀간 하락폭은 7.61%에 달했고, 이날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휴일에 대형 악재가 쏟아지면서 주주들 불안은 가중된 상태다.

전날 정부는 SK텔레콤에 대해 유심 공급이 안정화할 때까지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회사가 이달까지 확보하기로 한 유심 물량이 600만개로 전체 가입자 유심 교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교체에 써야 할 유심을 새 가입자 개통을 위해 쓴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당국이 직접 초강수를 둔 것이다.

포털 종목 토론방에서 한 SK텔레콤 주주는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쳐서 남은 소마저 잃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오랜 주주로서 회사의 신속하고 올바른 대처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주주는 "기존 가입자들이 계속 유출되고 있고 신규 가입까지 제한돼 리스크(위험)가 커 보인다"며 "일단 보유주식을 다 팔았다"고 했다.

또한 일부 주주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마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데 "알아서 판단하라는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을 짚어주고 투자판단을 제시하는 리포트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번 사태 이후 SK텔레콤의 해킹 상황을 짚은 보고서는 단 두 개에 그쳤다. 이들은 "해킹위험 노출에 대한 과장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태가 길어지면 가입자 저변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태 이후 통신산업 리포트를 발간하는데도 이번 해킹 사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보고서도 여럿이다.

한 통신주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의 대응전략 관련 조언을 요청하는 기자의 말에 "사안이 워낙 민감한 만큼 SK텔레콤 사태에 대해선 별도로 코멘트(의견)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약 2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이동통신 1위 사업자다. 정부 기관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민간기업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들 입장에서는 성급한 분석을 내놓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소한의 해석조차 쉬쉬하는 지금의 상황은 '정보 비대칭'을 방치하는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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