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반토막’ 대출 조이기 확산… “잔금 치를수 있으려나” 한숨

3 days ago 16

국민-신한銀 연이어 한도 제한
양도세 중과前 거래 늘며 대출 급증… 은행, 총량제한 육박하자 잇단 조치
금융위 “사내대출도 관리 노력해야”
실수요자는 불이익… 양극화 우려도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승열 씨(32)는 내년 5월 결혼을 앞두고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를 매수해 신혼살림을 차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주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이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3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해 난감해졌다. 이 씨는 “다른 은행을 알아봐야 할지, 다른 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줄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전국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주담대 한도를 사실상 줄였다.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점에는 ‘이 은행도 대출 한도가 줄어드나’, ‘이미 승인받은 대출은 차질 없이 받을 수 있나’ 등 고객들의 문의가 몰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계약금을 줬는데 연말에 잔금을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신청한 대출이 안 나올까 봐 걱정이다’는 글이 잇따랐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은행들이 주담대 한도 축소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가 정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안에서 대출을 내줘야 하는데, 상반기에 이미 한도를 채울 만큼 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처럼 전방위적으로 축소하면 청년과 중산층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혀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 거래 급증, 불어나는 대출에 은행들 난감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비규제 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주택 구매 대출 한도를 3억 원(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낮춘다. 9일까지 대출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는 기존 한도를 적용받지만, 10일부터는 정부 대출 규제보다 축소된 한도를 적용받는다. 아파트 분양·재건축 과정에서 받아야 하는 집단대출, 서민·실수요자 대상 정책성 대출(기금대출, 보금자리론), 전세 사기 피해자 구입 대출 등 은행이 자체적으로 줄일 수 없는 대출만 기존 한도를 유지한다.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된 건 은행 가계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돼 대출을 내줄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 말 대비 1.5%로 제시했다. 지난해(1.7%)보다 증가율을 낮춰 대출을 더욱 조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을 28조 원 밑으로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증가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만 가계대출이 29조 원 늘면서 목표를 초과해 버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조3000억 원 증가했다. 올 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다양한 방식의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8일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이달 말까지 중단한 데 이어, 10일부터는 주택담보대출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등 모기지보험 가입을 일시 중단한다. 앞서 하나은행은 1일,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했다. 모기지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서울 기준 5500만 원)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난다. 기업들의 사내대출도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사내대출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를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과도한 사내대출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 취급 제한, 고가 주택 제한, 주택 면적 제한 등 기업들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피해 불가피… 양극화 우려도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6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던 수도권 규제 지역의 15억 원 이하 주택 가격 상승세도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규제 지역에서 6억 원을 대출받아 15억 원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이들은 당장 3억 원을 더 구할 길이 막막해졌다. 다른 은행도 한도를 줄일 것이라는 심리가 커지면 ‘대출받을 수 있을 때 받아두자’는 생각에 매수와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대출 한도 축소로 집값 양극화만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수도권의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빌라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서울 외곽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면서도 “대신 이 조치가 서울 강남 등 이미 규제가 강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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