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주일 대사 이임 간담회
한일 관계 핵심은 정상 간 신뢰
중요한 안전판이자 큰 버팀목
사도광산 추모식의 명칭·내용
일본의 소극적 대응 “아쉬워”
진보가 한일 관계 좌우 안 돼
대다수 국민 이익되는 쪽 가야
박철희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가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위해 “과거사 현안과 협력 의제를 분리해서 대응하고 한일 간 현안 발생을 억제적으로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철희 대사는 10일 일본 도쿄 주일본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이임식을 가진 뒤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정상 간의 신뢰도 한일 관계 지속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며 “이것이 안전판이자 큰 버팀목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은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미화해서는 안 된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일해야지 골치 아픈 문제를 덮거나 피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일 간 현안을 관리할 때 축소 지향적이고 억제적으로 하는 방법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키워나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전제한 뒤 “정치적으로 활용해서 키워나가는 방법은 보기에는 좋지만 나중에 제어가 불가능해 갈 데까지 가 버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위해 ‘오토시도코로(落としどころ)’, 즉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희 대사는 지난해 8월 부임해 약 11개월의 임기를 마친 뒤 귀임하게 됐다. 임기 중 최대 현안 중 하나였던 사도광산 추모식과 관련해 그는 일본 정부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 대사는 “행사 명칭부터 내용까지 일본 측 대응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타협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옳다는 생각에 독자적인 추모식을 진행했고 올해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지난 8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이임 인사를 했을 때 나온 얘기도 전했다. 그는 “이시바 총리가 한일이 공동으로 직면한 인구문제와 고령화, 저출산, 지방소멸 등의 문제에 대해 양국이 지혜를 모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제 한일 양국은 안전보장과 경제협력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협력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일본의 극우파와 한국의 극좌파, 친북·반일 세력 등을 꼽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극단적 목소리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만, 이들에게 ‘거부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수의 극단적 세력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일 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민 대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