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96만명중 44만명… 보호자가 고령화 단계 들어서
“자식 받아줄 시설 찾는게 소원”… 중증시설 251곳뿐, 입소 ‘별따기’
‘자녀 살해후 자살’ 비극 잇달아
● 중증 장애 가구 10곳 중 9곳 “노후 대책 없어”
문제는 보호자 유고 시 이들을 받아줄 안전망이 없다는 점이다.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보호자 응답 비율은 경제(92.6%)와 돌봄(92.5%), 주거(91.1%), 건강 관리(90.0%) 등 모든 분야에서 90%를 웃돌았다. 노후 생활 중 가장 큰 걱정거리로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을 꼽은 응답 비율도 49.6%로 가장 높았다. 특히 자폐성 장애인 보호자는 이 비율이 69.8%로 더 높았다.
하지만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524곳 중 중증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251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장애인을 집에서 돌보기를 권하는 정부의 ‘탈(脫)시설’ 정책에 따라 신규 입소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최중증 장애인은 법정 기준(보호사 1명당 장애인 3명)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 시설이 받아주기를 꺼린다. 질병으로 건강이 악화하거나 노쇠한 보호자 사이에서 “죽기 전에 자식을 받아줄 시설을 찾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들 살아갈 곳 찾는 게 마지막 소원”
극단적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9일 대구지법은 지적 장애를 지닌 40대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34년간 딸을 홀로 보살펴 오던 중 본인의 시력이 나빠져 실명 수준에 이르자 ‘더 이상 돌보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9월 전남 순천시에서는 60대 여성이 암이 악화하자 뇌병변 장애를 앓는 30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희생에 기댄 돌봄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았다. 보호자 유고 시 국가가 즉각 개입하는 ‘긴급 입소 시스템’과 함께, 중증 장애인도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의료 집중형 거주시설’을 확충하자는 제언이 나온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길어야 10년 안에 수많은 장애인 가구가 겪을 보편적 위기”라며 “지역 사회의 돌봄 체계와 생활비 지원, 권익 옹호 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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