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규제’ 늪에 빠진 디지털자산기본법…TF는 ‘시행령 위임’ vs 금융당국은 ‘업계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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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규제’ 늪에 빠진 디지털자산기본법…TF는 ‘시행령 위임’ vs 금융당국은 ‘업계 간담회’

입력 : 2026.02.23 15:41

금융위, 23일 5대 거래소 등 비공개 소집해 ‘대주주 지분 제한’ 원칙 재확인
민주당 TF 24일 TF안 점검…대주주 규제·은행 컨소시엄 등 시행령 위임 가닥
“정해진 답 내놓은 명분 쌓기…ETF·STO 등 시장 확장 논의는 실종”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 제정이 이달 말 분수령을 맞았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치권은 첨예한 쟁점을 하위 법령으로 넘기며 우회로를 택했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수탁업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위는 이날 2단계 입법에 대한 주요 내용 골자를 설명하며,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창업주와 주주들의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약 80분간 이어진 이날 간담회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 측이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거래소 측이 업계의 의견과 우려 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가장 큰 쟁점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이었다. 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이후 거래소가 얻게 될 공적 지위와 증권 대체거래소(ATS)와의 규제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배구조 분산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해외 거래소와의 역차별 가능성 등 각종 부작용을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체거래소의 경우 예외적으로 대주주 지분을 30%까지 허용한다는 논의나, 대형 거래소와 중소형 거래소 간의 차등 규제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프라 구축 등 거대 담론 위주의 설명이 주를 이뤘을 뿐, 세부적인 차등 규제 방안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회의 입법 시계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오는 24일 자문위원 회의를 열고 법안 초안을 점검한다.

이번 초안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및 수탁업 인가제, 예치금 분리보관 의무, 백서 공시 등 기본 원칙만 담겼다. 당국과 업계 간 이견이 극심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최대 15% 제한’과 한국은행이 요구했던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0%+1주 이상 컨소시엄’ 요건 등 핵심 쟁점은 본 법안에서 제외하고 향후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당국의 강경한 기류와 당정 갈등을 피하려는 민주당 TF의 대응 속에서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과정이 심각한 불균형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금융위 비공개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소집이 사실상 입법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위는 향후 법인 자금이 들어오고 시장이 확대될 텐데, 창업주 등 개인 주주들이 과실을 다 가져가는 것은 맞지 않으며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가 최소한이라는 논리를 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초 정부안 제출을 앞두고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할 건 다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자리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정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일방적인 답을 내놓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초 금융위는 약 80분간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2단계 입법 정부안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전반적으로 다룰 예정이었으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첨예한 이슈로 인해 다른 쟁점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치권 역시 실망감에 휩싸여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밀려 시장 생태계를 키울 미래 먹거리 논의가 전부 멈춰 섰다는 비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안이 곧 여당안인 구조라 국회 차원에서 각을 세울 수는 없다”며 “거래소 대주주 지분 논의에만 매몰돼 비트코인 현물 ETF, 토큰증권(STO) 상품 확장성, 외국인 및 외국법인의 시장 참여 등 정작 중요한 시장 전체의 질서와 확장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정무위 관계자는 “과거 발의됐던 다른 가상자산 법안들도 첨예한 사안은 시행령 위임으로 처리됐다”며, 이번 지분 제한 역시 시행령을 통해 향후 조율 여지를 남겨두는 수순으로 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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