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돌파구"…치열한 국제학교 유치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는 효과를 넘어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건물이나 토지 등을 무상 공급하거나 저가 임대 정책을 내세우면서 '해외 명문 학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평택시는 최근 고덕신도시에 들어설 가칭 '평택국제학교'의 설립·운영법인으로 미국 애니라이트스쿨을 선정하고 초기 운영비 2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2000명을 수용하는 'K-12'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2028년 8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들어설 영국 위컴 애비 분교는 인천도시공사가 소유한 땅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건물을 지어 학교 측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미국 비영리 교육재단 '베일러 글로벌 파운데이션'과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베일러재단은 경제자유구역인 울산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에 2028년 개교를 목표로 정원 1117명 규모의 국내 첫 예술국제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울산경제자유구역청은 베일러재단과 학교 용지 및 운영 조건 등 세부적인 투자 협의를 하고 있다. 베일러재단은 국내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학교처럼 학교 용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도 영국 왕실의 후원을 받는 세계적 교육기관인 '로열러셀스쿨'과 부산캠퍼스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2023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행정절차를 준비했으며,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은 7부 능선을 넘었다. 또 부산시는 160여 년 전통의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웰링턴칼리지' 유치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국제학교 유치에 공들이는 것은 앞서 제주와 인천 등 국제학교를 유치한 지자체들이 이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을 얻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된 '제주영어교육도시'는 국제학교 유치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08년부터 여의도 면적 1.3배에 해당하는 379만1000㎡ 용지에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조성해 2010년 영국의 'NLCS'와 캐나다의 'BH', 미국의 'SJA'를 시작으로 현재 국제학교 4개교를 유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제주영어교육도시는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이 갖춰진 '정주형 교육도시'로 조성돼 막대한 인구 유입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대정읍 인구는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한 2008년 1만7056명에서 올해 6월 기준 2만3648명으로 38.6% 늘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인구를 포함하면 제주영어교육도시 정주 인구는 2만여 명으로 읍면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시 역시 2010년 송도국제도시에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를 유치한 데 이어 청라국제도시에 '청라 달튼외국인학교'를 유치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 / 부산 박동민 기자 / 울산 서대현 기자 / 인천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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