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향후 공격 대상으로 이란 포르도 지역 핵 시설이 꼽힌다. 이 시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어 미국의 벙커 파괴 무기인 벙커버스터가 투입될지도 관심사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포르도 핵 시설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60㎞, 이슬람 성지 곰에서 32㎞ 떨어져 있다. 험준한 산악 지대 깊은 곳에 묻혀 있어 접근이 어렵고,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와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돼 있어 공격도 쉽지 않다.
포르도에는 우라늄을 고순도까지 농축하는 데 필수인 고성능 원심분리기가 갖춰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농도 농축 우라늄이 주로 보관된 나탄즈 핵 시설과 달리 포르도에는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고농도 농축 우라늄이 대량 보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3년 이곳에서 83.7% 순도로 농축된 우라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농도인 90%에 근접한 수치다. 이곳의 핵물질로 3주 만에 핵탄두 9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 공습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포르도를 공격하지 않은 것은 이곳을 타격할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포르도 핵 시설은 지하 80∼90m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 8m 정도로 알려진 나탄즈 핵 시설보다 깊이 있다. 또 포르도는 석회암, 편마암 등으로 이뤄진 암석 지대여서 토사 지역보다 미사일이 관통하기 어렵다.
지상군이나 특수부대 투입 없이 공습으로 이곳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재래식 무기가 미국 벙커버스터다. 미국 벙커버스터 ‘GBU-57’은 길이 6.2m, 무게 13.6t이다. 폭약량은 200g 다이너마이트 1만2000발 수준이다. 하지만 지하 벙커에서는 소형 핵무기만큼 압력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 방산 레이더,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활용해 정밀한 타격도 가능하다. 현재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할 수 있다. GBU-57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는 최장 60m다. 포르도 핵 시설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선 GBU-57을 같은 자리에 두 발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한 대에 GBU-57 정도 크기와 무게의 폭탄 두 발을 동시에 운반·투하하도록 설계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