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어려우면 수당 더"…현대차 임금체계 개편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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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맡은 업무 난도에 따라 급여를 달리하는 직무급제 도입의 첫발을 뗐다. 기존 급여와 수당 체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직무수당’을 신설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직무수당을 도입하기 위해 실무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노사는 직군별 업무 난도와 적절한 수당 격차를 산정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한 뒤 울산 3공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하이브리드카, 고성능차 등 7개 차종을 생산하는 이 공장에는 프레스, 차체 조립, 도장, 의장, 검수 등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파워트레인, 시트 생산 등 다양한 직군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울산 3공장 조사를 시작으로 직무수당 대상을 전체 생산직 근로자 4만3000여 명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과 연구직에 도입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차 노사, 올 임단협 상견례 >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현대차 노사, 올 임단협 상견례 >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직무수당이 기존 급여에 새로 추가하는 ‘플러스알파’ 방식인 만큼 당장 근로자들이 반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직무수당을 통한 임금 차별화가 정착되면 연봉에서 직무수당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직무급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 어려우면 수당 더 줘야"…현대차 노조 공감대 확산
현대차, 임금체계 개편 첫발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존 급여와 수당 체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직무수당’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급여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당장 직무급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노사 모두에 ‘연습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계에선 직무수당을 통한 임금 차별화가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직무급제로 전환되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작업별 노동 강도 평가해 수당 지급

'강성 노조' 현대차 임금체계 개편 첫발

현대차 노사는 18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상견례를 했다. 상견례에는 이동석 현대차 사장과 서쌍용 전국금속노조부위원장, 문용문 현대차 노조지부장 등 약 70명이 참석했다. ‘성과 연동 임금체계 개편’은 올해 임단협의 중점 추진 안건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산업계 및 노사관계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우려와 걱정이 있긴 하지만 현대차의 미래 성장과 발전에 중심을 두고 교섭을 진행하자”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직무수당 신설을 위한 조사는 상견례 직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앞서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직무수당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1977년 ‘컨베이어 수당’을 신설한 뒤 30여 년 동안 근무환경이 대폭 바뀌었음에도 직군별 수당을 두지 않았다. 이에 현대차는 직무 난도와 업무 특성에 따라 수당을 재정립하자고 제안했고, 노조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직무자격증 제도’ 도입도 논의하기로 했다.

1차 조사 대상은 현대차 울산공장 내에서도 가장 많은 차종을 생산하는 3공장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총 28종(파생 모델 포함)의 차량이 생산되는데 이 중 3공장이 7개 차종을 만들고 있다. 아반떼, 베뉴, 코나 등 내연기관 차는 물론 아반떼 하이브리드·코나 하이브리드·투싼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카, 아반떼의 고성능 버전인 아반떼 N도 여기서 생산한다. 파워트레인 및 시트 생산 라인도 있는 만큼 여러 직무별 난도를 조사하는 데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작업별 노동 강도를 평가해 수당을 따로 지급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 성과 연동 임금체계 개편 탄력받나

현대차가 생산직에 직무수당을 먼저 도입하기로 한 건 사무직보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호응이 높아서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무의 특수성이나 직무 가치를 반영한 수당 등이 포함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기술·정비·영업직 조합원의 92.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연공 서열이 같더라도 하는 일이 다르면 수당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생산직은 차량 생산량에 따른 특근 수당 등을 받고 있어 추가 수당을 도입하는 데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작다.

이번 직무수당 도입이 현실화하면 현대차가 사무직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성과 연동 임금체계 개편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구직과 일반직 사원·대리급의 호봉제를 폐지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했지만 노조 측 반발로 무산됐다. 현대차는 현재 성과와 역량 평가를 진급 등에 활용하지만 연봉에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기본급은 이런 성과 평가와 관계없이 임금·단체협약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일각에서는 노조와 사측의 ‘동상이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임금을 유지하면서 수당을 더 받겠다는 데 중점을 두고, 회사는 직무급제 도입의 물꼬를 튼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직무수당 도입이 성과 연동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곽용희/김보형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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