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개표소 봉쇄시위 13일째
뚜렷한 시위 대표자 없이
개별적으로 모인 '다중운집'
집회시위법 처벌 대상 안돼
개인 불법행위만 처벌할 뿐
경찰들 강제로 해산 못시켜
기존 집시법 한계 수면위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이른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집결은 뚜렷한 주최자 없이 개별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형태라 기존 집회·시위 대응책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경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체육단체들의 진입을 저지한 여성 A씨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체육단체가 2-1 게이트를 통해 진입을 시도하자 출입문을 붙잡고 2시간가량 통행을 막았다. A씨는 투표용지·투표함에 대한 보전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문 앞에서 버텼다. 경찰은 A씨의 인적사항을 특정한 뒤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만일 명백한 시위 주최자가 있는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주최자가 다른 참가자들을 설득해 경찰과 함께 현장에 진입해 필요한 물품을 갖고 빠져나오면 됐다.
체육관 진입이 당초 경찰의 예상과 다르게 무산된 것은 이번 집결이 통상적인 집회·시위와 달리 '주최자 없는 다중 운집' 상황이기 때문이다. 봉쇄 시위 참가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으로 현장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집결했다. 현장 질서 유지 업무는 자원봉사를 자처하는 시민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즉흥적인 제안과 참가자들의 자발적 동참이 현장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형태는 현행 집회시위법 체계와 어긋난다. 집시법은 자기 이름과 책임으로 집회를 여는 사람을 주최자로 규정하고 사전 신고 의무를 지운다. 반면 개별적으로 모인 다중 운집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대표자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라 집시법상 해산 절차를 적용할 대상도 불분명하다. 참가자들이 사실상 주최자 역할을 나눠 맡고 있지만 법적으로 책임질 대표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봉쇄 시위의 특징으로 꼽힌다.
공무집행방해나 폭행 등 명백한 위법행위의 경우 원칙적으로 현행범 체포를 포함한 강경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는 위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서 즉시 제재가 가해지기보다는 채증과 증거자료 분석을 거쳐 사후에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자칫 강경 대응이 현장에서 대규모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불법행위를 한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현 대응방식 외에는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 이후에도 SNS 등 온라인을 매개로 특정 장소에 수천 명이 단기간에 집결하는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관련 논의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형태나 주최자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집회로부터 야기되는 타인의 폭력 등 부작용을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천준호·전용기 의원과 핸드볼 선수 출신인 임오경 의원은 이날 오전 핸드볼경기장을 찾았으나 시위대 반발 속에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참가자들은 의원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며 "나가라"고 외쳤다. 의원들이 발언을 했지만, 시위대 구호에 파묻혔다.
[문광민 기자 / 조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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