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페렉 ‘사물들’ 중
디자인은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두지만 그것이 단순한 장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의미 없는 장식은 오히려 메시지를 흐리게 만든다. 모든 결정은 텍스트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하며, 그 과정은 책이 가진 고유한 목소리와 진실하게 호흡하는 여정이어야 한다. 마르크스의 문장에서 시작된 디자인이라는 일의 본질에 대한 사유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길을 잃을 때마다 다시 책의 곁으로, 컴퓨터 앞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
디자인은 결국 타인의 언어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시각의 언어로 번역하는 섬세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번역이 진실할 때, 비로소 책은 독자에게 온전히 말을 걸 수 있게 된다. 오늘도 내 자리로 돌아와 활자를 다듬고 종이를 고르는 일에 진심을 다하며 독자에게 진실한 대화를 건네겠다.
함지은 북디자이너·북디자인 스튜디오 상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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