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쓴 최초의 도구는 ‘돌칼’
고기 섭취하며 몸집도 더 커져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가능해져
물질과잉 시대의 새도약 준비해야
인류의 역사를 ‘물건’의 관점에서 다시 쓴 책이다. 돌칼부터 인공지능(AI)까지, 저자는 인류가 방대한 종류의 물건을 만들어낸 과정을 추적한다. 역사와 심리학, 고고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공부하고, 세계 곳곳의 전문가들을 만난다. 그 끝에서 저자는 인간이 도구를 만들며 문명을 일으켰다는 익숙한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이 물건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물건도 인간의 몸과 의식을 바꿔 왔다’는 주장이다.
책은 이를 세 번의 도약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도구 만들기다. 학계는 인류가 거친 돌로 동물을 도살한 일을 최초의 도구 사용 가운데 하나로 본다. 돌을 깨뜨려 고기를 자르는 행위는 기술의 발견에 그치지 않았다. 더 많은 영양을 섭취한 인류의 뇌는 커졌고, 똑똑해진 인류는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들었다. 커진 몸집과 길어진 수명은 활동 범위를 넓혔고, 기술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은 사회성을 키웠다. 인간이 도구를 만들었지만, 도구 역시 인간을 만들어낸 셈이다.두 번째 도약은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약 1만1000년 전 신석기 수렵채집인이 세운 사원 괴베클리 테페, 리디아인이 호박금으로 만든 초기 주화는 물건이 쓰임새를 넘어 아름다움과 신앙, 권력과 교환의 상징이 됐음을 보여준다. 물건은 이제 인간의 내면과 상상을 바깥으로 꺼내 놓는 매개체가 됐다.
세 번째 도약은 풍요와 과잉의 시대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 자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사회에 들어섰다. 대량생산 체제는 더 많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었고, 광고는 아직 갖지 못한 물건을 욕망하게 했다. 신용카드는 당장 돈이 없어도 소비할 수 있게 했고, ‘계획적 진부화’(기업이 제품 수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하거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해 빠른 교체를 추구하도록 하는 전략)는 멀쩡한 물건을 다시 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풍요의 다른 얼굴은 폐기물이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한 해에 일회용 기저귀 200억 개를 버린다. 해마다 세계에선 400억 개의 플라스틱 물건이 만들어진다.
이 책은 소비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인간을 단순히 탐욕스러운 존재로만 보진 않는다. 물건을 향한 욕망은 생존과 기억, 관계와 상징을 만들어 온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 남기는 질문은 ‘물건 없이 살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물건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가’에 가깝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물건들이 이제 인간과 지구의 삶을 위협하는 시대. “과잉의 물질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네 번째 도약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는 저자의 주장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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