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코리아’ 이끌어온 4년 소회
양자 기술-산업은 ‘극초기’
불확실성 안에 기회도 있다
2년 뒤 ‘티핑포인트’ 올 것

올해로 4회째가 된 ‘퀀텀코리아’를 이끌어온 정연욱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장(성균관대 양자정보공학과 교수)은 2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2023년 첫 행사와 올해 행사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퀀텀코리아 2026’은 2일부터 사흘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양자가 현실이 되다, 혁신을 위한 담대한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 초전도, 이온트랩, 광자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 활용해온 12개국 56개 기업과 연구그룹이 참가했고 사흘간 행사장을 찾은 전문가와 일반 관람객은 7000명에 달했다.
● “구글이 뛰어든 마당에”… 뒤늦은 출발, 세 갈래 전략
퀀텀코리아의 뿌리는 2020년 8월 문을 연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QCenter)’에서 찾을 수 있다. 센터 출범 당시 국내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정부의 양자기술 투자를 놓고 학계 안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과 “이미 늦었다”는 위기론이 팽팽했다.반면 미국의 시계는 훨씬 빨랐다. 2007년 무렵부터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빅테크가 그 뒤를 이었다. 2014년 구글, 2015년 인텔이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2016년에는 IBM이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에 올려 일반에 개방하면서 대중적 접근의 물꼬를 텄다.
정 센터장의 판단은 분명했다. 구글까지 뛰어든 판에 서두르지 않으면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유학 지원을 통한 인력 양성, 퀀텀 클라우드 활용 지원, 퀀텀칩 제조라는 세 갈래 전략을 세워 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센터 사업을 출범시켰다.
● 학자·공무원·기업·대중…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하지만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학자들은 순수한 학술 네트워킹을, 기업은 비즈니스 기회를, 대중은 체험형 콘텐츠를 각각 원했다. 정 센터장은 “서로 다른 목적을 하나의 무대에 담아내는 일은 정말 ‘우당탕탕’이었다”면서도 “센터 스태프들의 헌신 덕분에 그 모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 “2028년 국내 양자기술 티핑 포인트 올 것”
정 센터장은 2년 뒤인 2028년을 한국 양자 생태계가 질적으로 도약하는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지원으로 해외에 유학한 인력들이 학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이 그 무렵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람이 많아지면 논의가 다양해지고 토론이 깊어지면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게 된다”며 “그게 바로 티핑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다만 갈 길이 멀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 세계 양자 산업은 아직 극초기 단계다. 연구 세대 간 격차와 전문 인력 부족은 현재 진행형 과제이고 ‘인공지능(AI)의 겨울’이 그랬듯 양자기술에도 침체기가 오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양자 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잇따르는 현실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신호다.그럼에도 그는 “‘양자 겨울’이 오더라도 AI의 겨울만큼 혹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코로나19 이후 양자 분야에 유입된 자금이 막대해 이미 들어온 투자금만으로도 향후 10년은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망이 훤히 예측되는 기술이라면 그건 이미 늦은 기술”이라며 “불확실성이 많지만 나중에 ‘그때는 이 판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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