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초대형 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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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0 17:41 수정2025.04.10 17:41 지면A35

[천자칼럼] 초대형 IB

대형 투자은행(IB)을 키워내는 것은 우리 증권업계의 숙원 중 하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와중에 기업 인수합병(M&A), 해외 자본 조달 등 급증한 기업금융 업무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 IB가 싹쓸이하자 우리도 IB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당시까지 국내 증권사는 3대 증권 업무 중 위탁매매에만 치중하는 수준이었다. 주식이나 채권 인수, 자기자본 투자 등 IB 업무는 경험과 자본이 부족해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정부 차원의 IB 육성은 2004년 말부터 시작됐다. 이헌재에 이어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지휘하고 최상목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이 실무를 맡았다. 이때 슬로건이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이었다. 증권사 규모를 키우고 IB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법 등 6개로 흩어져 있던 증권 관련 법률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로 한데 묶었다. 법안은 2006년 마련됐으며 2007년 국회에서 통과돼 2009년 시행됐다.

현행 제도상 증권사는 크게 3개의 군(群)으로 나뉜다.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금융투자회사,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회사(대형 IB),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등이다. 종투사부터는 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다. 초대형 IB는 1년 미만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50% 이상)과 부동산(30% 이하)에 투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초대형 IB로 인가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등 5곳이다. 금융위원회는 그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IMA)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IMA는 일종의 예·적금으로 초대형 IB가 원금을 보장한다. 이 계좌 자금으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투자를 포함해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덩치가 커지고 업무가 늘었다고 해서 진정 초대형 IB로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소한 아시아 시장에서 M&A와 주식 발행 주선, 자기자본 투자 등은 해야 초대형 IB란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듯싶다. 증권업계의 지속적인 레벨업을 기대해 본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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