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SF(과학소설)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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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의 SF 작가 켄 리우가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금가지) |
휴고상·네뷸러상·세계환상문학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한 중국계 미국인 SF 작가 켄 리우는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은 인간과 구별되는 ‘악’이 아니다. 기술은 인간 본성의 표현이다”라며 SF의 매력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SF·판타지 작가 어슐러 K. 르 귄의 “SF는 환상문학이라는 왕국의 가장 새로운 지역”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SF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신화”라며 “모든 상징을 기술과 기계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SF의 매력이다“라고 부연했다.
리우는 제1회 MCT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SF부터 환상문학, 하드보일드, 대체 역사, 전기(傳奇) 소설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온왔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로 녹여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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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의 SF 작가 켄 리우가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금가지) |
2011년 발표한 단편소설 ‘종이 동물원’으로 휴고상·네뷸러상·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상을 모두 받은 작가는 리우가 처음이다. ‘종이 동물원’은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건너온 중국계 미국인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들이 어머니가 종이로 만든 동물들을 다시 마주하며 겪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리우는 “가난한 나라 출신의 여성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부유한 국가의 남성과 결혼하는 이야기를 접하고 구상한 작품”이라며 “흔히 이런 식의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이 여인들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 자기 삶을 바꾸기 위해 엄청난 모험을 한 용감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리우의 작품 중에는 한국을 언급하는 작품도 있다. 이순신의 활약상이 등장하는 ‘북두’, 한글을 소재로 활용한 ‘매듭 묶기’ 등이다. 리우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현대적인 국가가 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며 “한국의 현대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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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의 SF 작가 켄 리우가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금가지) |
중국에서 태어난 리우는 11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독특한 경력에 대해 “다른 직업을 하면서도 늘 글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15년을 지나다 보니 글을 쓰는 것이 점점 중요한 일이 돼 작가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며 “작가는 다른 직업보다 경제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리우는 “한때 자연을 복사하는 기계로 여겨진 카메라는 비주얼아트처럼 다양한 예술을 탄생시켰다”며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생겨나 AI 없이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