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수 뺨치게 돈 벌었네"…퇴직연금, AI에 맡겼더니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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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31 11:05 수정2025.05.31 11: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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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35%’.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다. 국민의 평균적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사실상 은행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돈을 묻어둬서다.

개인투자자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투자 자산을 조정하는 건 쉽지 않다. 이런 투자자에게는 인공지능(AI)이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RA 일임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가 굴리는 연금

31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 가운데 87.2%(2023년 기준)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실적 배당형 비중은 12.8%에 그친다.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적립·운용하는 장기 상품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키워야 하지만, 노후 대비라는 목적을 고려할 때 주식에 모든 자산을 ‘몰빵’하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해법이 RA다. RA는 AI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생성하고 그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다. 투자자가 일일이 상품을 고르고 매매할 필요 없이 전문가 수준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받을 수 있다. RA는 수천 개의 글로벌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을 리밸런싱(비중 재조정)한다.

IRP부터 일임서비스 허용

지금까지 RA 시장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AI 수준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사도 RA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과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증권 등의 고객들은 각 사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RA 일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부터 정부가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일임형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시장이 확 열렸다. 가입 한도는 IRP 계좌당 연간 900만원이고 매년 900만원씩 증액된다. 아직 IRP를 제외한 확정기여(DC)형 등 나머지 퇴직연금에 대해선 RA 일임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권에선 “RA 일임형 서비스가 IRP에서 성과를 낸다면 향후 DC형으로 확대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과거 수익률보단 투자성향 중요

RA 회사들은 각 알고리즘 수익률을 코스콤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퇴직연금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알고리즘은 총 528개다. 이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ROBO마이골드자원배분’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7.44%로 1위를 기록했다.

사람이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알고리즘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원칙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시장 급락이나 급등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200지수가 17.2% 하락한 동안 ‘안정추구형 국내주식’ 알고리즘은 -4% 수익률로 선방했다. 한 RA 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분산 투자를 통해 연평균 7% 수익을 꾸준히 가져가는 게 이상적”이라며 “과거 수익률만 보고 알고리즘을 선택하기보단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달리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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