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서이초 비극까지…소름 돋는 '참교육' 실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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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방송화면 캡처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넷플릭스 글로벌 1위 화제작 '참교육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참교육'은 무너진 공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신설된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 소속 나화진 감독관의 활약을 그린다.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사이다'를 선사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 중이지만,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끔찍한 교권 추락과 범죄들이 모두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건들을 뼈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무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2023)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장 많은 교사 시청자들이 "트라우마가 떠올라 10초씩 넘기며 봤다"고 토로한 5화 '현중초 에피소드'는 대한민국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던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정면으로 다뤘다.

2023년 7월, 임용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서이초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이른바 '연필 사건(학생 간 다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과 폭언에 시달렸으며, 밤낮없는 연락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극 중에서는 초등학교 교사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진상 민원을 넣고, 심지어 아동학대로 허위 신고를 한 뒤 "사과하면 그만 아니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학부모가 등장한다. 실제 교사들이 겪는 '아동복지법의 사각지대(정서적 학대 조항의 모호함)'를 날카롭게 꼬집으며, 교권보호국이 이들을 역으로 참교육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사망한 교사는 무너진 교권 속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놓지 않고 '마음해결소'를 실제 운영했다는 점이다.

당시 PD수첩 등 보도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을 맡았던 서이초의 교실은 원래 급식실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교실 옆에는 낡은 비품 창고가 딸려 있었다. 고인은 이 창고를 직접 청소하고 조명과 아기자기한 인형들을 가져다 두어 '마음해결소'라는 특별한 상담 공간으로 꾸몄다.

감정 조절이 힘든 아이가 있으면 교사가 함께 들어가 진정시키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따뜻한 공간이었지만 그는 악성 민원과 고립감 속에서 바로 이곳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 '왕의 DNA'? 특권의식 학부모의 갑질, '교육부 사무관 편지 사건' (2023)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추모글이 적혀 있다./이솔 기자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추모글이 적혀 있다./이솔 기자

서이초 사건과 더불어 교권 추락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 또 다른 에피소드는 2023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왕의 DNA' 사건을 연상케 한다.

당시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었던 학부모가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지시하듯 말하지 말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는 등 상식 밖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며 갑질을 해 공분을 샀다. 심지어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 시키기까지 했다.

극 중에서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무기로 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고, 학생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통제하려는 비뚤어진 학부모들이 등장한다. 나화진 감독관은 이들의 특권의식을 산산조각 내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교육관을 가진 부모야말로 가장 먼저 '참교육' 받아야 할 대상임을 통쾌하게 보여준다.

◇ 무고한 교사를 죽음으로 몬 '부안 여중생 거짓 성추행 루머 사건' (2017)

해당 기사와 연관없음 /사진=연합뉴스

해당 기사와 연관없음 /사진=연합뉴스

소연여고 편은 학생들의 거짓말과 교육청의 무리한 강압 조사가 어떻게 헌신적인 교사를 사지로 몰아넣었는지 보여준다. 이 에피소드는 2017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송모 교사 자살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2017년,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 여중생들이 "수학 교사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전북교육청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직위해제 및 강압적인 조사를 밀어붙였고, 경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교사는 결국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 학생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으며, 학생들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은 것이 앙심이 나서 거짓말을 했다"고 자백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 교육의 공정을 무너뜨린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 (2018)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 메모 이 메모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자택에서 발견됐다 / 수서경찰서 제공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의 압수품인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 메모 이 메모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자택에서 발견됐다 / 수서경찰서 제공

부유층과 학교 수뇌부 간의 은밀한 성적 조작 비리를 다룬 축명외고 편은 사건명부터 기시감이 드는 2018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쌍둥이 딸들에게 정기고사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사건이다. 하위권이던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단기간에 전교 1등으로 수직 상승하면서 꼬리가 밟혔고, 수사 과정에서 시험지에 깨알같이 적힌 정답 등 충격적인 정황들이 드러났다.

단순한 교내 비리를 넘어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공정한 평가'가 기득권에 의해 어떻게 유린당하는지 폭로한다.

◇ 법의 맹점을 조롱하는 10대 '촉법소년들'

4월 13일 오전 3시 1분께 A(10대)군이 술을 마신 채 오토바이를 몰다가 주차돼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나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파손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사진=연합뉴스

4월 13일 오전 3시 1분께 A(10대)군이 술을 마신 채 오토바이를 몰다가 주차돼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나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파손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사진=연합뉴스

단순 비행을 넘어선 미성년자들의 강력 범죄를 다룬 후반부 에피소드는 하나의 사건이 아닌, 대한민국을 분노케 했던 여러 촉법소년 강력 범죄들을 엮어 구성했다.

중학생들이 지하철 안에서 단지 훈계한다는 이유로 70대 노인의 목을 조르고 바닥에 패대기치는 영상을 직접 촬영해 유포한 사건이라든가 대전 렌터카 뺑소니 사망 사고 등을 들 수 있다.

2020년 13세 소년들이 렌터카를 훔쳐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면허 질주를 하던 중 배달 아르바이트하던 예비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사고 직후 경찰에 잡혀서도 "우리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며 웃고, SNS에 "사람을 죽였다"며 자랑하듯 글을 올려 전 국민적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극 중 청소년들은 불법 도박 빚, 마약 유통, 차량 절도 등을 일삼으며 "어차피 우린 감옥 안 간다"며 나화진 감독관과 법치를 조롱한다. 드라마는 현실의 사법 체계가 하지 못한 물리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의 '참교육'을 시전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극 중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권보호국'은 민주 국가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초법적인 기관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이들의 폭력에 환호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과 소년범 처벌 제도가 그만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정 작용을 잃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원 단체들은 "현실은 드라마보다 참혹하다"며 성명을 내고, 아동복지법 개정 및 악성 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촉법소년에 대한 관용 어디까지

SBS 방송화면 캡처

SBS 방송화면 캡처

나날이 흉포화되는 미성년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현실의 사법기관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초등생 연쇄 차량 절도 사건'에서 경찰의 대응은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

만 12세에 불과한 초등학생들이 훔친 SUV 차량으로 수십 킬로미터를 무면허 질주하다 사고를 냈고, 불과 일주일 뒤 또 다른 차량을 훔쳐 타지역까지 몰고 가는 대범함을 보였다. 과거에는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경찰 조사 후 부모에게 인계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재범 위험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엄중히 판단해 이례적으로 법원에 '긴급동행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가해 학생들은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즉각 소년분류심사원 등 보호시설에 강제 수용(감호)됐다. 드라마 속 나화진의 '물리적 참교육'만큼은 아니더라도,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소년범들에게 더 이상 기계적인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현실 사법부의 단호한 경고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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