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을 계기로 전국 단위의 의사노동조합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의사의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직능 이기주의’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제1회 의사노조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5년 내 의사노조원 1만 명, 10년 내 의사노조원 10만 명을 모으겠다”며 전국 단위의 의사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의료 공백 등으로 의사들이 노동권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합법적인 노조를 만들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2017년부터 전국 단위의 노조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봉직의와 개원의, 교수, 전공의 등 직역별 입장차가 커 조직화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넘게 지속해 온 의정 갈등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대한의사협회 등이 정부에 맞서 단체행동을 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어 전국의사노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서는 노조가 주도한 파업만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은 노동자로 인정받은 교수와 전공의, 전임의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노조를 결성해 대정부 협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김재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 위원장은 “법적인 대정부 협상 대상이 되는 전국 의사 노조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적인 의사 노조가 결성되면 의사들의 단체행동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노동권 행사로 포장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의 암 수술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