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中 전략광물 수출 통제, 美와 협상 지렛대 활용해야

1 week ago 7

[취재수첩] 中 전략광물 수출 통제, 美와 협상 지렛대 활용해야

“결국 올 것이 왔네요. ”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중국산 중희토류 같은 전략 광물을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하면 제재하겠다’는 취지의 경고성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정부와 전문가들은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이 미국의 ‘제3국 수출통제’ 방식을 벤치마킹했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분석이다. 제3국 수출통제는 자국 외 다른 국가(제3국)를 경유하는 수출을 규제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같은 적성 국가의 기업 목록과 전략 물자를 지정해 제3국 수출통제를 해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미국과 달리 특정국(미국)만 겨냥하거나 대상 블랙리스트 기업을 늘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의 ‘협상 러브콜’에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전략 광물 수출통제 같은 숨겨둔 카드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전략 광물이 첨단산업과 군수산업에 핵심 재료로 쓰이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중국산 광물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은 ‘초비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실제로 실력 행사에 나서 전략 광물 공급을 끊어버리면 제품 생산이 올스톱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전략 광물을 비축하고 있다고 하지만 무기한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광물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자체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번 관세 전쟁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과의 거래를 끊도록 요구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 한 통상 전문가는 “세상에서 제일 무의미한 질문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인데, 중국과 거래를 중단하라는 미국 측 요구가 이런 질문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한국이 양대 무역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둘 다 놓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미국에 보란 듯 한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고율 관세로 중국을 자극할 때 이런 상황까지 계산하고 대비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협상 전술에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미 양국이 관세 면제 합의를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면 중국이 한국을 더 압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이 중국산 광물이 들어간 특수 전력 설비, 배터리 등을 미국에 제대로 수출하지 못하면 미국 경제도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한국의 샌드위치 신세가 미국에도 전혀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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