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쟁 때처럼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는 전 국민적 운동을 다시 조직해야 한다.”
17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8개 정당·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공동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조민경 진보당 정책실장이 한 말이다. 또 다른 참석자인 최은하 비상행동 사무처장은 “북한 체제를 붕괴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해왔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등 (북한과) 대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하며 군사훈련을 강화해온 그간의 안보 정책이 되레 북한을 자극하며 한반도 정세를 위협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토론회에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350여 쪽 분량의 정책 제안서가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내란 종식’으로 규정하고 차기 정부에 자주적 외교·통상 정책을 제안하겠다는 취지였다. 시민단체 129개가 조직한 비상행동이 내놓은 이 제안서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8개 정당이 화답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해 정권을 뺏긴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에 지도부도 공감했다”며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 시민단체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시민단체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비상행동의 제안에는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이 수두룩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을 개정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군사훈련 등 남북 적대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현역 군인의 복무 기간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북한의 안보 위협은 날이 갈수록 치밀해지는 추세다. 북한은 지난해 33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을 수도권 전역으로 보내는 등 심리전을 강화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으로 오물 풍선을 보낸 경험을 활용해 북한이 생화학 무기를 살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사이버 해킹과 소형 자폭 드론 등을 활용해 주요 산업 시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본격화한 ‘드론전’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도 없는 한국 국방의 현주소다. 군을 포함한 업계 관계자가 한목소리로 “국방력을 증강해 차세대 전투에 대응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진보 진영이 ‘내란 종식’을 지렛대 삼아 국방력을 약화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