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도 거부하고 “파업”]
노조 “일회성 포상” 성과급 반발 속… 수용하면 “미래투자 난항” 우려 커져
빅테크는 영업익 2배 ‘AI 투자’ 러시… 업계 “마이크론 등 기술差 크게 줄어”
JP모건 “파업땐 영업익 40조 감소”
삼성전자 노사는 결국 성과급 규모를 영업이익의 일정 몫으로 ‘제도화’할지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 측 조정안도 이익이 많이 날 때에만 특별보상을 경쟁사만큼 해주자는 취지였다. 이에 노조는 “사측 협상안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주장해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사측은 인공지능(AI)발 시장 격변기에 영구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몫을 고정비로 묶어둘 순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연간 영업이익의 2배 가까운 돈을 올해 투자비로 쓰며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 막판까지 맞선 ‘영업이익 15%’ 제도화
중노위가 삼성전자 노사 주장을 참고해 만든 조정안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한 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매출 및 영업이익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것이 핵심이다. 그 대신 전체 성과급의 70%는 직원 수대로 나누고, 30%는 실적 기여대로 지급하는 노조안을 반영했다. 또 2026년 이후에도 비슷한 경영 성과를 내면 이 기준을 적용하도록 해 ‘일회성 포상’이란 노조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올해 삼성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약 300조 원으로 전망되며, 업계 1위 달성이 유력하기에 성과급 재원으로 약 36조 원이 책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노조는 핵심 주장인 △기존 성과급 상한제 폐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활용 제도화 두 가지가 없다며 조정을 거부했다. 두 가지를 임금협상안 등에 문서화하자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반대로 삼성전자 사측은 ‘영업이익의 OO%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제도화가 특히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올해처럼 이례적인 대규모 성과가 나올 때는 특별 보상으로 경쟁사에 준하게 성과급을 주되, 반도체 경기가 침체될 때는 기존 제도로 성과급에 상한선(연봉의 50%)을 두는 이른바 ‘유연한 제도화’를 주장하고 있다.반도체가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사이클 산업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침체기의 공격적 투자가 호황기의 ‘수확량’을 결정하며, 이때 비축한 현금이 다음 침체기를 견디는 방어막이 되는 구조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처럼 매년 영업이익의 15%가 고정비로 묶이면 공격적 투자를 해야 할 때 기민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진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2년 만에 반등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회사가 단행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시 영업이익률이 40%를 넘는 글로벌 빅테크들조차 영업이익의 100% 이상을 투자비로 쏟고 있다. 올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4대 빅테크 업체의 예상 연간 투자금은 총 7250억 달러(약 1080조 원)에 이른다. 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1.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00억 달러(약 119조 원)였는데, 올해 그 2배가 넘는 2000억 달러(약 298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마이크론이나 중국 반도체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투자가 아니라 일회성 나눠 먹기를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강경한 노조에 사측 “지속 노력”사후조정이 결렬되면서 사측과 정부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는 21일로 예정된 파업까지 추가 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파업까지 8일밖에 남지 않았다. 노조안을 받지 않으면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향후 법원 판결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수원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측은 파업이 시작되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20일까지 이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파업 현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삼성전자 파업이 발생하면 올해 회사 영업이익이 40조 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파업 여부를 묻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문의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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