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단편 영화 ‘침팬지’를 작업한 이종필 감독이 뮤지션 원슈타인을 김대명의 극 중 젊은 시절 캐릭터로 캐스팅한 비화와 그의 연기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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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감독. (사진=티캐스트)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국제)가 열리고 있던 지난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모처에서 만난 이종필 감독은 ‘극장의 시간들’의 부국제 초청 및 상영을 기념해 현장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장의 시간들’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극장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예술영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극장의 시간들’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를 만든 이종필 감독의 단편 ‘침팬지’, 최근 신작 ‘세계의 주인’으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플랫폼 섹션에 국내 최초로 초청된 윤가은 감독이 작업한 단편 ‘자연스럽게’ 두 편을 엮은 앤솔로지 영화다. 앤솔로지’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감독이 만든 영화를 묶은 것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종필 감독이 연출한 ‘침팬지’는 2000년 광화문에서 우연히 만나 미스터리한 침팬지 이야기에 빠져드는 세 영화광의 이야기를 담았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미생’, 영화 ‘마약왕’, ‘내부자들’의 배우 김대명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영화 ‘기적’, ‘침묵’의 배우 이수경과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자인 영화 ‘탈주’, ‘화란’의 배우 홍사빈 등이 출연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한 뮤지션 원슈타인이 ‘침팬지’에서 김대명이 연기한 주인공 고도의 젊은 시절로 열연을 펼쳐 눈길을 끈다.
이종필 감독은 원슈타인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김대명 배우 캐릭터의 20대 시절이다. 처음부터 왠지 뮤지션이 연기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며 “뮤지션들이 연기 작품에 출연할 때 나오는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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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래서 ‘김대명 닮은 뮤지션’을 포털에 검색했는데 어떤 분이 블로그에 원슈타인님 언급을 한 거다. 너무 좋더라”라고 비하인드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감독은 “원슈타인 님과는 전혀 연이 없다가 마침 소속사가 대표님이 제 전작 ‘탈주’의 OST ‘양화대교’를 불러주셨던 자이언티였다”라며 “그때 협업한 덕에 전화번호를 갖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해솔 씨(자이언티 본명)’라고 전화를 걸어 원슈타인님과 재밌는 걸 해보고 싶다고 컨택을 직접 했다”고 부연해 눈길을 끌었다.
연기 경험이 처음인 원슈타인의 열연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도 전했다. 이종필 감독은 “김대명과 원슈타인이 연기한 주인공 캐릭터는 정리는 안되지만 뭔지 끌리는 포인트가 있다, 친구 따라 예술영화를 보러 갔다가 여떤 영화를 보면서 ‘뭐지?’ 정리되지 않지만 어떤 깊은 마음이 침투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어떤 대목에서 감정에 젖는 포인트가 있었기에 시나리오 지문에 ‘눈물이 맺힌 채’라고 적힌 대목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그 지문을 보고 눈물이 맺혀야 하는데 원슈타인이 전문 배우가 아니고 영화가 처음이라 미리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드렸다”면서도 “그런데 원슈타인 님이 선뜻 사전에 ‘해볼게요’ 말하시더라. 그리고 찍었는데 정말 보란 듯이 그 연기를 해냈다”고 감탄했다.
이어 “어떤 때는 스스로 마음되로 연기가 나오지 않아 분하다고도 하더라. 그럼에도 처음부터 눈에 눈물이 맺히는 연기를 너무 잘해 어떻게 한 거냐 물어봤다”며 “그러니 자기를 비롯한 가수들은 무대 서기 직전, 심리적으로 ‘무대에서 내 모든 걸 보여주고 불태우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더라. 촬영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그가 정말 예술가라는 생각을 했다. 준비 과정도 그랬다”며 “촬영 전 만났을 때 대낮에 커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 나눴다. 그런데 원슈타인 님이 돌연 ‘날씨가 좋아 산책을 하려는데 같히 하시겠냐’ 묻더라. 그렇게 남산을 세 시간 씩 산책한 기억도 난다”고 그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극장의 시간들’은 올해 부국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지난 19일 부국제에서 국내 최초로 상영됐다. 두 번째 상영회였던 20일 오후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부국제를 직접 방문해 한국 영화 산업을 격려한 가운데, ‘극장의 시간들’을 직접 극장에서 관람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극장의 시간들’은 부국제 상영 후 내년 상반기 중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