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첫 건강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기존엔 해외여행, 휴대폰, 영유아 등 보험업계서 비주류로 여겨지는 상품들을 취급해왔지만 이번 상품을 통해 격전지에 출사표를 낸 셈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카카오페이손보는 무배당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상품은 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진단비를 중심으로 한 5가지 기본 보장에 추가할 수 있는 특약들로 구성됐다.
소위 '암뇌심'으로 불리는 해당 질병들이 한국인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대다수 보험사들은 주력 건강보험 상품으로 암뇌심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특약이 많고 복잡한 보험상품 특성상 CM채널(온라인)에서 건강보험을 가입하는 경우는 적다. 소비자가 비대면으로 가입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담보나 연계 조건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어 가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수다.
이에 카카오페이손보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건강보험 상품을 기획했다. 암, 유사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응급실 내원진료비 총 5가지를 기본 보장으로 담보와 보험료를 가볍게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20년 납입, 20년 만기로 기본형 상품에 가입시 월 보험료가 1만3573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암 진단시 2000만원, 유사암 400만원, 뇌혈관과 허혈성심장질환 진단시엔 1000만원, 응급실내원 진료시엔 3만원이 보장된다.
추가할 수 있는 특약들도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암중요하지 △가족을위한뇌심장 △마음편한수술비 △소중한여성 △계절병유행 △활동적인나를위한 △직장생활·스트레스 △음주·식습관 등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 예컨대 '암중요하지 패키지'에 암수술비, 유사암수술비, 항암방사선약물치료비, 암직접치료입원비, 유사암직접치료입원비 등 특약이 담기는 식이다.
비갱신형으로 기획돼 최초 가입시점 보험료가 만기때까지 유지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타사 갱신형 보험상품의 경우 일정 시점 이후 보험료가 손해율과 물가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현재 자산 기준 상위 손해보험사 5곳(삼성·DB·현대·메리츠·KB) 중 카카오페이손보와 동일 조건에서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 건강보험 상품은 없다.
전통 보험사에선 카카오손보보다 최소 가입금액이 두배가량 높고, 최소 가입기간은 30년 이상 길게 설정해야 하는 등 비교적 무겁게 구성돼 있다. 갱신형으로만 가입이 가능하거나 당초 온라인에서 건강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다수다.
업계는 카카오페이손보식 건강보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존 보험 영업현장에선 하나의 건강보험 상품에 다양한 보장을 두텁게 담아 제공하는 것이 소구력 있게 작용해 왔고 건강보험은 대면채널에서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볍고 저렴한 컨셉 건강보험 상품으로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세대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선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상태”라며 “이번 상품이 성공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벤치마킹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