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SG 평가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1 day ago 2

입력2025.05.03 06:01 수정2025.05.03 06:01

[한경ESG] 칼럼

[칼럼] ESG 평가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에코바디스(EcoVadis) 플래티넘(전 세계 상위 1%) 등급을 받았다는 고객사의 전화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에코바디스는 200여 개국, 15만여 개 공급망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최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이다. 공급망 ESG 평가는 단순한 사회적 요구를 넘어 거래 지속, 글로벌 경쟁력, 법적·재무적 리스크 관리와 직결되는 핵심 경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도 협력사에 ESG 평가 결과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급망 ESG 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우 실제로 거래 중단, 입찰 제한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모든 규모의 기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공급망 ESG 평가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고, 기업의 신뢰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럼에도 ESG 평가에 대해 ‘시험을 위한 시험’, ‘요식 행위’, ‘워싱(washing, 위장)의 집합’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ESG 평가는 조직이 지속가능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 툴이자 과정으로서 의미가 크다. 높은 사다리를 오르듯, 기업은 각자 목표에 따라 한 단계씩 실천과 개선을 반복하며 ESG 체질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필자는 제조업부터 IT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ESG 평가 대응 업무를 협업하며, 특히 상위 1%에 오른 조직과 ESG 경영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있다. 그 과정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조직이나 등급이 월등히 높은 조직과 함께 일하며 느낀 점은 ESG 평가 결과도 중시하지만 ESG를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긴 여정의 일부 과정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은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는 활동, 윤리적 조달을 위한 공급사와 ESG 체계를 구축해가는 전략 수립, 전 직원의 지속가능한 ESG 교육 등 실질적 조치를 실행하는 동시에 장기적 계획을 함께 고민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ESG 업무 기능을 유지하고, 자문이나 네트워킹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꾸준히 보완한다. ESG가 일시적 유행이라는 회의론이 있어도, 이들은 꾸준히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며 내재화를 위해 노력한다.

ESG 평가기관은 워싱을 걸러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평가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평가에 대응하다 보면 결국 실질적 ESG 경영 활동 없이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필자는 지속가능경영 실무를 정책, 평가, 보증, 공시 네 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한 부분으로서 평가는 점수와 등급이 수치로 드러나기에 조직에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평가점수보다 ‘ESG를 대하는 조직의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고등학생 시절 수많은 시험을 치렀고, 점수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점수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 당시 노력과 경험이 인생의 실력으로 남는 것처럼, ESG 평가도 진심을 담아 임하는 과정이 결국 조직의 ESG 역량과 자산이 된다.

ESG 평가는 잘못이 없다. 평가를 계기로 ESG 경영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쌓으며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힘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 진심으로, 워싱 없이, 각자 역할과 목표를 명확히 하며 조직적으로 ESG 평가에 대응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ESG 평가에 당면한 기업이라면 우주 끝까지 진심으로 대응해볼 것을 권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작은 성취는 ESG 역량을 내재화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서욱 에코나인 대표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