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따로 계산제’ 결국 백지화…설익은 환경규제, 혼란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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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가고 있다. 2025.12.18.서울=뉴시스

18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가고 있다. 2025.12.18.서울=뉴시스
정부가 4개월 만에 ‘탈플라스틱 추진 계획’ 최종안을 공개하면서 당초 초안에 포함됐던 이른바 ‘컵 따로 계산제’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일회용컵 사용 시 200~300원의 컵 가격을 더 내도록 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소비자와 점주 등의 반발에 정부가 백기를 든 셈이다. 오락가락한 일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깎아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 또 ‘오락가락’ 일회용품 규제 정책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초안을 전문가와 시민사회, 업계 등과 논의를 거쳐 구체화한 것이다.

초안에 담긴 ‘컵 따로 계산제’를 두고 현장에선 큰 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음료 가격이 인상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고, 카페 점주들은 “소규모 카페는 텀블러 이용자에겐 음료 값을 깎아줘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시민단체에서도 “‘텀블러 의무 할인제’ 등 시장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이름으로 제도 정착을 유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부 관계자는 “컵 따로 계산제는 업계와의 소통이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최종 로드맵에서는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일회용품 감축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시행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 불편과 업계 부담만 늘릴 뿐 실질적인 사용 감소 효과는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다가 2025년 폐기됐다. 2021년에는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제도가 도입됐지만 세종과 제주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다가 2023년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며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폐기물 관련 정책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쉽게 좌초되곤 한다”며 “이는 곧 정책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李 “언제, 어떻게 빠져… 해결해야”탈플라스틱 추진 계획에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그동안 폐기해 왔던 플라스틱 원료의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기후부는 장례식장 및 스포츠시설의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장례식장과 협약을 맺어 다회용기를 쓰도록 하고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배달 용기 플라스틱 함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의 제조업자에게는 더 많은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폐기물부담금 요율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일회용 컵 사용 감축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텀블러 할인을 유도한다. 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도 일회용 컵 반입을 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재생원료가 아닌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2024년 780만t에서 2030년 700만t 수준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는 현재 전망치 1000만t보다 30%를 감축한 것이다.

이날 발표에 담긴 정책 대부분이 강제성이 없어 실제 플라스틱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환경 관련 정책은) 해야 한다는 내용은 많은데 방법과 비용, 과정, 시기는 없다”며 “그걸 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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