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특색 없고 품질도 조악"
외국인도 공장식 기념품 외면
서울마이소울샵·국립 중앙博
한국서만 구입 가능한 한정판
아티스트 컬래버로 인기몰이
해치피규어·까치호랑이 배지
퀄리티 좋은 디자인 굿즈 완판
K팝과 케이팝데몬헌터스 인기로 한국 굿즈 구매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인사동에서 판매하는 기념품들은 외면받고 있다.
디자인·품질 등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19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도 서울 인사동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상점에서 기념품을 구입하는 외국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상인들은 코로나 때만큼 가게 상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화방을 운영하는 박 모씨(69)는 "코로나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엔 하루에 작품이나 기념품이 하나도 팔리지 않을 때도 많다"며 "한때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모두 인사동에서 기념품을 한 아름씩 사갈 때가 있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인사동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낸 기념품을 납품받아 판매하기 때문이다. 매대가 자석, 책갈피, 열쇠고리 등 수십 년 전에도 볼 수 있었던 상품들로만 구성돼 있었고 최근 유행을 반영한 상품은 많지 않았다. 디자인도 비슷해 구분이 잘 되지 않았고, 가게 안에서 중국 인형, 청소년 문구류 등 잡화를 함께 취급해 한국만의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한눈에 봐도 품질이 조악한 상품도 많았다. 일본에서 온 유리나 씨(23)는 "가게마다 기념품이 다 똑같아 사 모으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마이소울샵과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숍 등에서 취급하는 기념품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난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1층의 서울마이소울샵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여러 품목이 매진된 상태였다. 이곳에서는 서울 마스코트인 해치 랜덤 피규어, 해치 캔들, 우표 스티커, 서울 머그컵, 서울숲향 디퓨저, 인센스 등 퀄리티 높으면서 MZ세대를 저격하는 굿즈들이 많이 판매된다.
방문객도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세종문화회관 굿즈숍 방문객은 4000명 정도였는데, 지난 8월에는1만6000명이 방문했고 9월에도 이 같은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는 북촌에서 서울마이소울샵 팝업스토어가 진행됐는데 열흘간 7961명이 방문했고, 이 중 외국인 비중이 43.1%에 달했다. 명동의 서울마이소울샵 관계자도 "하루에 10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전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서울관광재단이 직영으로 제작하고 있는 기념품은 118종에 달한다"며 "서울에 가야지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제품, 매년 사 모으는 재미가 있는 굿즈를 만들기 위해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상품도 지난해부터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 매출액은 2022년 116억9200만원에서 2023년 149억7900만원, 2024년 212억8400만원, 올해 7월까지 약 164억원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케이팝데몬헌터스 속 까치와 호랑이가 담긴 '까치호랑이 배지'를 비롯해 올해 신상인 금관 이어링, 곤룡포 타월, 갓잔까지 줄줄이 품절을 기록하고 있다. 까치호랑이 배지는 올해 7월에만 3만8140개가 팔려 5억7876만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서울관광재단은 여러 회사나 개인과 협업해 MZ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고 한정판 상품도 많이 출시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공장식 공산품보다는 우리나라에서만 살 수 있는 특색 있는 물건을 원하는 추세라 판매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