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시행 예고한 李정부
쌀값 보장 공약에 감산 정책 ‘엇박자’
쌀값 안정이냐, 생산조정이냐…농정 딜레마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으로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쌀의 적정 가격을 보장하겠다는 양곡법의 취지가 기존의 감산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설정한 벼 재배면적 8만ha(헥타르) 감축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정부가 수요 초과분의 쌀을 의무적으로 시장에서 매입하도록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처럼 정부가 상황에 따라 매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떠받치게 되는 셈이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농가는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을 덜고 벼 재배를 지속하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쌀 과잉생산 억제, 타작물 전환 유도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대통령 역시 반복되는 쌀 과잉 생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그는 대선 경선 당시 TV 토론에서 “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대체작물 지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쌀 가격은 보장하되, 유연한 작물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유연한 작물 전환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2020년에도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통해 벼 대신 콩, 밀 등 타작물을 심도록 유도했지만, 목표한 13만5000ha 감축 중 절반 남짓인 52.6%만 달성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23년에도 전략작물로 전환했다가 다시 쌀로 회귀한 농가 면적은 9932ha에 달한다. 축구장 약 1만3910개 규모다.
타작물 재배 정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성 부족이다. 벼농사의 순수익률은 약 30%로, 타작물 대비 높다. 2023년 기준 논콩 재배 순수익률은 11.3%에 불과하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농가는 수익성 부족으로 인해 다시 쌀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양곡법까지 시행돼 쌀 가격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타작물 전환 유인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는 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쌀 매입과 보관에만 연 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5년 기준 농식품부 총예산 18조7000억원의 16%에 달한다. 재정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쌀 생산조정 정책은 효력을 잃고 쌀 과잉 문제는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