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 게임도 문화라면, 세제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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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서강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임지현 서강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

게임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태도는 늘 두 갈래로 갈라진다. 수출 통계에서는 K콘텐츠의 주역으로 호명하지만 제도 설계에서는 여전히 위험 관리의 대상으로 먼저 분류한다. 실제로 게임은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과몰입과 사행성 논란이 앞설 때마다 게임은 문화산업이기보다 규제산업에 가깝게 취급된다. 산업으로는 자랑스럽지만, 제도적으로는 조심스러운 대상인 셈이다.

이 이중잣대는 세제 혜택 논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부의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는 그동안 영화, 방송, OTT 등 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최근에는 웹툰과 디지털만화 제작비까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콘텐츠산업 수출의 중추인 게임은 여전히 명시적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게임을 문화산업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세제 지원의 기준선에서는 다른 문화콘텐츠와 다르게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게임은 오락 소프트웨어(SW)라기보다 서사, 기술, 운영, 커뮤니티가 결합된 복합 콘텐츠에 가깝다. 하나의 게임 안에는 세계관, 그래픽, 음악, 캐릭터, 인공지능(AI), 서버 기술, 이용자 경험 설계가 함께 담긴다. 출시 이후에도 업데이트와 운영을 통해 이용자와 함께 변화하는 '살아있는 콘텐츠'다. 그만큼 게임 제작은 창작 인력과 기술 인력이 장기간 결합하는 고위험 선투자 구조를 갖는다. 개발비는 먼저 투입되지만 흥행 여부는 출시 이후에야 확인된다. 중소·인디 개발사에는 이 불확실성이 더 큰 부담이다. 제작비 세액공제가 필요한 이유다.

비교 기준은 이미 존재한다. 영국은 비디오게임 지출공제(VGEC)를, 프랑스는 비디오게임 개발비 세액공제를 운영한다. 두 제도 모두 모든 게임을 일괄 지원하지 않고, 문화성·적격 비용·자국 내 지출 요건 등을 통해 대상을 선별한다.

우리도 같은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 검토해야 할 쟁점도 있다. 게임사들이 이미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받고 있는 만큼 중복 지원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세수 감소 우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R&D 공제가 기술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라면, 제작비 공제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작·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다. 성격이 다르다. 동일 비용의 중복공제를 금지하고 적격 비용 기준을 명확히 하면 중복 우려는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지원 여부보다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혜택이 대형사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중소·인디 개발사에 우대 공제율을 적용하고, 신규 지식재산권(IP) 창출과 국내 고용, 국내 제작비 지출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을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과금 구조나 사행성 우려가 큰 영역은 제외하고, 문화성·창작성·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프로젝트를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 지원이 아니라 정교한 정책 기준이다.

이용자 관점의 문화비 소득공제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서, 공연, 영화에 이어 헬스장과 수영장 시설 이용료까지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건강한 여가 생활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청년 세대는 물론 전 연령층의 일상적 여가가 된 게임 관련 소비는 여전히 제도 바깥에 있다. 운동하는 여가는 인정하면서, 게임하는 여가는 문화의 바깥에 두는 셈이다.

물론 게임 관련 소비 전체를 곧바로 공제 대상으로 삼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확률형 아이템, 고액 과금, 사행성 논란이 있는 영역까지 세제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게임 소비 전체를 외면하는 것도 균형 잡힌 접근은 아니다. 교육용 게임 구매, e스포츠 관람권, 게임 전시·행사 입장권처럼 문화소비 성격이 분명한 영역부터 제한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우려되는 영역은 제외하고, 인정 가능한 영역부터 제도 안으로 들이면 된다.

결국 게임 세제 개편은 두 갈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기업의 투자를 돕는 제작비 세액공제는 산업 경쟁력의 문제이고, 이용자의 소비를 인정하는 문화비 소득공제는 문화 향유권의 문제다. 한쪽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다른 한쪽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문화의 주체로 인정하느냐는 물음이다.

게임을 K콘텐츠의 주역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선언을 제도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게임이 문화라면, 그 인정은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세제의 기준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임지현 서강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 brand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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