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결성된 이후 50년간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려온 현악 4중주단이다.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현악 4중주단 5곳’, BBC 뮤직 매거진이 뽑은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 현악 4중주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국내에선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자리한 실내악단으로 친숙하다. 그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슨베리, 하루미 로즈,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올해 창단 50주년인 타카치 콰르텟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16~20일 서울, 세종, 익산, 제주 등 4개 도시에서 공연을 앞둔 타카치 콰르텟의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을 서면으로 만났다. 타카치 콰르텟의 유일한 원년 멤버인 페어는 “우리 팀은 매년 치열하게 무대를 준비했으며,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들을 더욱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매진해왔다”며 “올해 ‘50’이란 의미 있는 숫자를 맞이하게 된 것은 그 노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2020년 이 실내악단에 영입된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하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는데, 벌써 멤버가 된 지 5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현악 4중주단은 마치 유기체와 같거든요. 그렇기에 5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앙상블은 너무 귀중하죠. 타카치 콰르텟의 일원이 된 건 영광스러운 동시에 많은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게 합니다. 앞으로도 선배들이 세워온 위대한 전통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타카치 콰르텟은 지난 50년간 여러 번 멤버 교체를 이루면서도, 기량이 떨어지거나 고유의 음색을 잃어본 적 없는 실내악단이다. 그 비결을 묻자 페어는 “어떤 작품이든 살아 숨 쉬는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험해 왔다”며 “모든 의견을 실제로 연주해보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답했다. “어떤 아이디어도 허투루 듣지 않고, 일일이 시도해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거든요. 기술적인 완성도에 집착하는 시기는 지났고, 이젠 어떤 곡을 연주하든 그에 맞는 캐릭터와 표현을 찾는 것이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타카치 콰르텟은 이번 공연에서 하이든 현악 4중주 1번, 라벨 현악 4중주 등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박혜상과 함께 힌데미트의 ‘멜랑콜리’도 들려준다. 페어는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자연스러운 악기라면, 현악 4중주는 네 개의 성부(聲部), 네 개의 목소리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특히 올해는 다섯 번째 음악가(박혜상)와 함께 하는 만큼, 모두가 신선한 자극을 얻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