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의 핵심은 공급망…단순 공시 넘어 실행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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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마데라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CEO는 한국 기업에 보고를 넘어 스코프 3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관리를 주문했다. 지금 스코프 3를 관리하지 않으면 향후 실제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비용은 현재의 3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ESG] 글로벌 - 셰리 마데라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CEO

셰리 마데라 CDP 최고경영자. 사진=CDP 제공

셰리 마데라 CDP 최고경영자. 사진=CDP 제공

“탄소감축의 승부처는 공급망입니다. 정보공개만으론 부족합니다. 행동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탄소정보공개 이니셔티브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셰리 마데라 최고경영자(CEO)는 〈한경ESG〉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스코프 3 배출은 전체 기업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이제는 단순 공시를 넘어 실질적 공급망 전환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ESG 투자 흐름 속에서 ‘공급망 탈탄소’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CDP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환경정보를 공개하지만, 공급망 전반에 걸친 구체적 감축 실행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마데라 CEO는 “한국 기업은 보고를 잘하고 있지만, 거버넌스와 전략 내재화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CDP 보고를 넘어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CDP는 기후변화, 수자원, 삼림을 포함한 환경영향을 관리하는 글로벌 정보공개 시스템이자 이니셔티브다. CDP는 142조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금융기관, 330여 개 대형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고 있어 CDP 공개는 투자 유치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고 마데라 CEO는 강조했다. 다음은 마데라 CEO와의 일문일답.

- CDP 보고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2만4800여 개 기업이 CDP를 통해 환경정보를 공개했으며, 이 중 약 9000개는 아시아 기업이다. CDP 가입 기업은 미국과 아시아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배출 감축 등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은 총 865개 기관이 참여해 기후 데이터 공개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 중 500곳 이상은 기후 외 환경 이슈까지 보고해 아시아 내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한다. CDP 정보공개 참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환경 이슈에 대한 책임 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공개는 단순한 형식적 요구가 아니라 전략적 필수사항이다. 기업이 환경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단이자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초가 된다.”

-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기업의 탄소배출 평가 기준은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 스코프 1·2·3 배출량 전반에 걸친 정밀하고 포괄적인 정보공개가 요구되며, 특히 스코프 3(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DP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공급망 배출은 자사 운영 배출량의 26배에 달한다. 이는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 확보와 적극적인 기후 대응이 절실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현재 CDP는 전 세계 700여 개 금융기관(운용자산 142조 달러) 및 약 330개 대기업(구매력 총합 6.4조 달러)과 협력해 공급망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에 탄소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 많은 기업이 스코프 3 배출량 측정 및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도 없다’는 원칙은 CDP의 스코프 3 접근법의 핵심이다. 공급망 환경정보 공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후 리스크 대응의 경제적 효율성도 부각되고 있다. CDP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비용은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비용의 3배에 이른다. 즉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현재 대비 3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CDP의 공급망 프로그램은 기업이 1차 협력업체로부터 배출량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배출이 집중된 활동을 식별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활용해 공급업체의 기후 대응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 한국 기업은 스코프 3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다고 보나.

“2024년 CDP에 보고한 한국 기업 234곳의 데이터를 보면 스코프 3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하며, 스코프 1·2 합산 배출량보다 9배 이상 많다. 스코프 3 배출량이 21.7억tCO₂e에 달한 반면, 스코프 1·2는 2.4억tCO₂e에 불과했다. 이처럼 실질적 기후 대응은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대표 기업이 CDP의 공급망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공급업체에 연간 환경 데이터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품질 향상,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배출 저감 목표 설정 등 구체적 수단을 통해 공급망 탈탄소화를 주도하고 있다.”

- 현재 아시아 기업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행동을 보이는 기업은 전체의 10%다. 아시아 기업의 경우 모든 항목에서 진전을 보인 비율은 5%로, 글로벌 평균보다 적다. 다만 목표 설정 분야에서는 아시아 기업이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50% 이상이 다수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아시아 기업 중 기후 및 자연 목표를 모두 설정한 곳은 12%에 불과하며, 가치사슬을 포함한 목표를 설정한 기업 비율은 22%로, 글로벌 평균(33%)보다 낮은 수준이다.”

- 어떻게 하면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전략적 대응 수단으로는 임원 보수를 목표 달성에 연계(아시아 74%)하거나, 1.5℃ 목표에 부합하는 전환 계획 수립, 내부 탄소가격 책정, 가치사슬 전반의 참여 확대 등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결정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공개는 출발점일 뿐, 이를 핵심 경영 의사결정에 통합해야 비로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셰리 마데라 CDP CEO가 국제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CDP 제공

셰리 마데라 CDP CEO가 국제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CDP 제공

- CDP의 A 등급에 포함된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

“CDP의 A 리스트에 포함된다는 것은 단순한 ‘점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환경영향에 대한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이 전반적 리스크와 기회를 인식하고, 전환 계획 수립 및 실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 기업만 이 기준을 충족한다.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즉각적인 행동 없이는 지속가능성 주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FTSE100 지수에 포함된 거의 모든 기업이 CDP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 중 59%는 자사 기후 목표 달성 궤도에 있다. 이는 대기업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 최근 기업 건강진단을 처음 도입했다. 내용을 설명해달라.

“많은 기업이 정보공개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CDP는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기업 건강진단(Corporate Health Check)’을 처음 도입했다. 이는 공개, 목표 설정, 거버넌스, 전략, 성과 등 5개 핵심 영역을 기준으로 기업의 기후 대응 수준을 종합 평가하며, 다음 4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는 뒤처짐(Falling Behind), 2단계는 최소 기준 충족(Meeting the Minimum), 3단계는 의지 표명(Showing Ambition), 4단계는 변화 주도(Charting Change)로 나눠진다. CDP의 첫 ‘기업 건강진단’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중 10% 미만이 이러한 투명성·목표 설정·거버넌스·전략 통합을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근본적 행동 없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는 불가능하다.”

- CDP 보고에 참여하면 기업이 얻는 혜택은 무엇인가.

“기업 입장에서 CDP를 통한 정보공개는 3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효과를 가져온다. 첫 번째, 자본 유치다.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CDP 정보공개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는 경쟁력 강화다. 다국적기업 340여 곳이 CDP 공급망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와 데이터 공유를 강화하고 있다. 세 번째는 규제 대응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정보 공개 의무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CDP는 다양한 공시기준과 모범 사례를 통합한 질문지를 통해 기업의 대응을 단순화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보공개는 환경 리스크를 식별하고 대응하며, 장기적 지속가능성과 기업 회복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CDP는 이러한 데이터 생태계를 통해 기업이 환경과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CDP는 금융기관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은 막대한 자산과 영향력을 지닌 만큼 지속가능한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행위자다. CDP는 매년 700개 이상 금융기관과 협력해 수천 개 기업에 환경정보 공개 요청을 보낸다. 2024년에는 총 700여 개 자본시장 기관(총 운용자산 142조 달러 이상)이 수천 개 기업에 환경 리스크 공개를 요청했다. CDP는 이와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정책 설정, 기업 참여, 리서치까지 전 단계에 걸쳐 환경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지원한다. 금융기관도 기후, 산림, 수자원 관련 핵심 이슈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도록 요구받는다. 이 과정은 글로벌 넷제로 금융연합(GFANZ), 투자자 어젠다(ICAPS) 등과 연계된 약속 이행을 추적하고 입증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한다.”

- CDP는 다른 ESG 규제와 어떻게 상호운영성을 높이고 있나.

\“CDP의 철학은 ‘더 적은 부담, 더 큰 이익’이다. 단순한 보고를 넘어 실행 가능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CDP는 2018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를 따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TCFD 기반 공시의 대중화를 주도했다. CDP는 20년 이상 GHG 프로토콜, CEO 수자원 관리 책무, 책임 프레임워크 이니셔티브(AFi) 등과 협업해 공시기준의 통합을 이끌어왔다. 2024년부터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후 관련 공시(IFRS S2),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자연 관련 재무공개 협의체(TNFD)의 권고안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를 통해 CDP의 단일 설문지를 통해 기업은 다양한 시장과 규제 요구를 한 번에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 한국의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후 위기는 경제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CDP에 정보를 공개한 기업은 기후 및 자연 관련 기회만 해도 16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지속가능성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 배출 저감을 통해 이미 13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한 사례도 확인됐다. 하지만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전 세계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 중이며, 생물다양성 손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연간 38조 달러 규모의 손실과 전 세계 소득 20% 감소라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 투명성은 행동을 유도한다. 과학 기반 감축목표(SBTi)를 설정하려는 기업에 정보공개는 첫걸음이다. 이는 형식적 절차가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과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도구다.”

- 앞으로 CDP는 어떤 노력을 하고자 하나.

“우리는 2030년이라는 글로벌 지속가능 목표 달성을 위한 여정에서 중대한 반환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25년간 환경 공시 개척자로서 CDP는 투명성과 데이터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CDP는 ISSB와 TNFD 등 국제 공시기준을 단일 설문지로 통합해 기업이 규제 대응을 간소화하고 핵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CDP는 기업이 중복 없이 단 한 번의 보고로 다양한 목적에 활용 가능한 고품질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 탈탄소 행동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을 하느냐다. 향후 10년의 성공은 자본이 ‘지구를 해치는 활동’에서 ‘지구에 긍정적 활동’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전환은 투명성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는 데서 시작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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