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홍수 사망 104명… “트럼프 기상인력 감축 탓” 정치 이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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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캠프 참가 어린이 27명도 숨져
민주 “기상청 예산삭감 영향 조사를”
공화 “비극을 정쟁도구로 악용 말라”
트럼프, 11일 재난 지역에 방문 예정

폭우에 잠긴 캠핑장… 주인 잃은 가방만 7일 홍수가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주 헌트의 ‘미스틱 캠프’ 야영장에서 관계자들이 참가 어린이들의 소지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캠프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104명(7일 기준)이 숨졌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 10명, 교사 1명은 실종된 상태다. 게티이미지

폭우에 잠긴 캠핑장… 주인 잃은 가방만 7일 홍수가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주 헌트의 ‘미스틱 캠프’ 야영장에서 관계자들이 참가 어린이들의 소지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캠프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104명(7일 기준)이 숨졌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 10명, 교사 1명은 실종된 상태다. 게티이미지
4일부터 시작된 미국 텍사스주의 폭우 및 홍수로 7일 기준 최소 104명이 숨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립기상청(NWS)의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해 홍수 경보가 제때 울리지 않았고 구조 골든타임도 놓쳤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과 백악관 측은 “국가적 비극을 정쟁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 美 민주당, 트럼프 2기 행정부 기상청 예산 삭감 직격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7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립기상청 관련 예산 삭감이 이번 홍수 피해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주무 부처인 상무부에 전달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도 “정확한 일기 예보는 재앙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상학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무분별하게 감축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은 정부, 감세, 예산 삭감 등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다양한 형태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상 관련 기관의 일부를 민영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국립기상청 주요 사무소의 일자리가 각각 적게는 기존 대비 20%에서 많게는 절반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수 피해가 집중된 텍사스주 커카운티를 담당하는 국립기상청 사무소에서는 27개 직위 중 6개가 공석이었다. 이 중에는 각종 재난 발생 시 경보를 발령하고 주요 공무원들과 협력하는 관리자직들도 포함돼 있다.

반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상 관련 인력 감축과 홍수 피해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돌발 홍수였고 기상청은 제 할 일을 했다”며 “홍수를 두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악의적인 거짓말이며 국가적 애도 시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민주당이) 자연재해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려 한다”고 동조했다.

● 트럼프, “수해 상황 바이든이 만든 것”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베드민스터 골프장을 나서면서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재난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100년에 한 번 올 재앙이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수해 상황은 사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한 후 “하지만 바이든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난하려다가 멈칫했다”며 “그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대규모 자연재해와 관련해 당파적 입장을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텍사스의 재난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CNN 등에 따르면 이번 홍수 사망자 중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여학생 전용 기독교 여름 캠프 ‘미스틱 캠프’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27명이 포함됐다. 또 텍사스주의 석유 재벌 윌리엄 허버트 헌트의 증손녀인 제이니(9)가 이 캠프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 캠프의 소유자이며 운영자인 리처드 이스틀랜드도 캠프 참가 어린이들을 구하다가 빗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물이 빠진 미스틱 캠프에는 숨진 여학생들의 가방과 소지품들이 가득해 애도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스틱 캠프에서만 학생 10명, 인솔 교사 1명 등 11명이 실종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실종 보고가 많은 상태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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