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박정희 정부 시절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 형을 선고받고 20년 가까이를 복역하다 나온 오병철 씨(89세)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선고 57년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허정룡)는 22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오병철 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체포 구금상태에서 가혹행위, 심리적 강압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들은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범죄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이후 “중앙정보부 수사관에 의해 피고인과 배우자, 돌 지난 딸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도 밝혔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1969년 삼선개헌을 앞두고 중앙정보부가 터뜨린 사건으로 꼽힌다. 문화인·종교인·학생 등 158명이 검거됐고, 이들 중 73명이 송치(구속 50명, 불구속 23명)됐다, 주범으로 지목된 김종태·이문규·김질락 등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고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도 무기징역을 받았다.
졸업 후 경기도 화성군 비봉중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하고 있던 오병철 씨는 이문규 계로 분류돼 1968년 7월26일 중앙정보부에 붙잡혔고, 같은 해 9월4일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방조 등 혐의로 기소됐다. 1969년 1월25일 서울형사지방법원은 오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1969년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20년 가까이 복역한 오 씨는 1988년 6월 양심수 대사면 때 가석방 출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24년5월 오병철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피해자 인정) 결정을 내렸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지난해 재심 결정이 내려져 공판이 진행, 지난달 검사 무죄구형을 거쳐 이날 선고에 이르게 됐다. 같은 사건으로 연루됐던 한명숙 전 총리의 부군인 박성준씨와 박병호씨도 앞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56년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학생으로 입학해 검도부를 만들었던 오 씨는 출소 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의 ‘제심관(制心館)’이라는 도장을 차려 2021년까지 운영했고, 현재도 검도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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