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안 주려 3개월∼9개월 계약
근로자의 21%가 ‘퇴직금 사각지대’
정년 못 채우고 단기계약 재취업
“고령층 일자리 질 향상 대책 필요”

‘퇴직금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 3명 중 1명은 노후 소득을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한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상당수가 퇴직금 지급 대상인데도 받지 못하거나,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퇴직 후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이 논의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공공 부문 등 질 좋은 일자리의 고령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퇴직금 사각지대 471만 명… 60세 이상이 37%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37.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50세 이상으로 넓히면 절반 이상(53.3%)이 퇴직금 사각지대에 있었다. 특히 법적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인데도 받지 못한 60세 이상 근로자는 전체의 29.4%에 달했다. 이 비중 역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고령층 상당수가 단시간·단기계약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에 재취업하다 보니 퇴직금 적용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고령층은 업무가 쉽게 대체될 수 있는 데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어 퇴직금을 받지 못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장년내일센터에 따르면 특별한 자격증이 없는 60세 이상 구직자들은 남성의 경우 경비·시설관리, 여성은 요양보호사·미화직으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박지수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선임은 “이런 일자리는 용역업체가 중간에 바뀌거나 6∼9개월 일한 뒤 재고용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 퇴직금을 대체로 못 받는다”고 했다.● “재취업 고령층 일자리 질 높여야”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부가조사’에 따르면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52.9세로, 현행 법정 정년(60세)보다 7년가량 빠르다.
전문가들은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것만으로 고령층의 노후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미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 단기계약의 질 낮은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고령층은 체감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비정규직·중소기업 등 고령층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주된 일자리에서 최대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조기퇴직 문화를 개선하고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덕호 성균관대 RISE사업단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는 “임금 체불의 40% 이상이 퇴직금 체불”이라며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데 노동 정책이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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