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족도 사익추구 논란…나스닥에 코인기업 우회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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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가 공동 설립한 암호화폐 기업이 뉴욕 나스닥에 상장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가족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이 세운 비트코인 채굴업체 ‘아메리칸비트코인’은 12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했다. 나스닥 상장사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 방식이다. 아메리칸비트코인은 올해 3월 비트코인 채굴업체 ‘헛8’과 협력해 설립됐다. 트럼프 일가는 자체 디지털화폐 발행을 시작으로 밈코인 출시 등 가상자산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암호화폐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밈코인 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시장 부양이 트럼프 일가의 ‘자산 불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들어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그는 취임 직후 ‘가상자산 전략 비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부가 범죄자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해 정부 예산으로 신규 구매까지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 ‘$TRUMP’를 출시했다. 다음 날 에릭이 SNS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디지털 밈”이라고 홍보했다. 폭스비즈니스는 이 코인이 나온 당시 몇 센트에 불과했으나 하루 만에 33.87달러까지 올라 1만8000%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도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 ‘$MELANIA’를 출시했는데, 공식 발표 직전 일부 투자자가 코인을 대거 매수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멜라니아 여사가 1월 19일 SNS에 코인 출시를 알리기 2분 전부터 암호화폐 지갑 약 20개에서 260만달러(약 37억원) 상당의 코인을 매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대부분 물량을 단기간에 매도해 9960만달러(약 1418억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 정부에서 항공기를 선물받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는 이를 골프의 ‘오케이(OK)’ 상황에 비유하며 “이런 제안을 거절하면 멍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골프에서 근거리 퍼팅을 남긴 동반자에게 실제 퍼팅을 하지 않고도 성공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관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유명 골퍼의 말을 인용해 “사람들이 퍼팅을 면제해주면 당신은 ‘감사합니다’고 한 뒤 다음 홀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공익과 사익 간 ‘경계 허물기’ 행보가 더욱 과감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식을 위해 JP모간, 델타항공, 타깃 등 주요 기업과 개인에게서 총 2억39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모금했다. 이는 2017년 첫 취임 당시 모금액(1억700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선 액수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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