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최근 중국 위안화에 다시 강하게 연동되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나타난 글로벌 무역 충격을 원화와 위안화가 동시에 받은 영향으로 파악됐다. 해외 투자자가 원화를 위안화의 대리(프록시) 통화로 여기는 구조적 문제도 동조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16일 한은 국제국이 내놓은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는 기축통화를 제외한 33개국 통화 중 위안화와 가장 많이 동조되는 통화인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의 동조화계수는 0.31로 칠레(0.22), 말레이시아(0.21), 호주(0.19) 등에 비해 크게 높았다. 원화는 가치가 하락하는 절하 국면에서 주로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강화되고, 절상 국면에서 동조화가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 절하되는 상황에선 위안화가 1% 변동할 때 원화가 0.66% 변동했고, 절상 국면에서는 유의미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원화가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양국의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출입 거래액의 약 20%가 중국과의 거래다. 중국 외환시장이 폐쇄적이라는 특성도 동조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위안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자 중 일부가 중국에 투자하면서 원화로 환헤지하고 있어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업계에선 원화를 위안화의 대리 통화로 여기는 투자자가 꽤 많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대중국 수출입 비중이 감소하면서 두 통화의 동조화 경향은 다소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강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한·중 경제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 통화가치가 함께 절하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대미국 수출 비중은 각각 18.7%, 14.6%로 높은 편”이라며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 및 관련된 무역정책 불확실성 등이 원화와 위안화에 동시에 영향을 주면서 동조화 경향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위안화 향방에 따라 원화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안화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선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5원80전 하락한 1363원8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후 안전자산 선호를 반영해 급등한 환율이 이날 기술적 반락한 것으로 시장에선 평가하고 있다. 위안화는 오전 중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달러 환율을 전날보다 0.0017위안(0.02%) 상승(위안화 가치는 하락)한 달러당 7.1789위안에 고시한 후 큰 변동이 없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