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中 세계적 입지 키울수도"

4 weeks ago 3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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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이 오히려 중국의 세계적 입지를 키워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웃게 된 형국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U.S. Tariffs Make Xi Jinping’s Day)'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시 주석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WSJ는 트럼프가 세계 각국과의 경제적 연대를 스스로 끊으면서 오히려 중국을 대체 불가능한 대안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를 맞은 국가들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폭탄은 아시아 신흥국들까지 겨냥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교역을 확대해왔지만, 이번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게 됐다.

심지어 일본과 한국에도 각각 24%, 25%의 고관세가 부과됐다. 두 나라는 아시아 내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지만, 트럼프의 강경한 무역정책은 기존 동맹까지 흔들고 있다. WSJ는 이로 인해 반미 정서가 더 거세질 수 있으며,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역시 관세의 예외가 아니다. 유럽연합(EU) 27개국과 미국의 오랜 우방인 영국도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유럽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년간 힘을 써왔지만, 이번 관세전쟁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유럽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 강화는 시간문제라는 게 WSJ의 시각이다. 시진핑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서방의 분열을 지켜보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WSJ는 미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자국 기업들에 미국 투자를 중단하라는 조치를 내리는 등, 국제적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리스크에서 미국이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중국은 일당 체제 특성상 시 주석의 권력이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2026년 중간선거에서 민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의 통합을 심화시켜온 오랜 우정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80년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리더십은 막을 내렸다"며 "비극이지만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문을 닫았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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