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7일(현지시간)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자신들의 직무 수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늑장쟁이라거나 루저라고 그를 비판했는데요. 특히 지난달 말에 파월 의장이 한 행사에서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를 둘 다 부추길 수 있다면서 비판적으로 언급한 후에는 내가 원하면 그는 빠르게 사임할 것이라면서 해고 위협도 했었죠.
하지만 이날 FOMC 후 파월 의장은 관세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혀 바꾸지 않았음을 드러냈습니다. 모두발언을 통해 관세 인상의 폭이 예상보다 컸다면서 이대로 대규모 관세인상이 이어진다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제성장은 둔화하며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 셈입니다. 특히 경제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판단했는데요. 앞으로 경제 방향에 대해 직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서 “내 직감은 경제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말해준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인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물가 안정 없이는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장기간의 강력한 노동시장 조건을 달성할 수 없다”고도 했는데요.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끌어냈던 지난달 16일 시카고경제클럽에서의 발언을 한 번 더 반복한 겁니다.
파월 의장은 또 지난 1분기에 미국 경제가 -0.3% 성장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서 수입이 갑자기 늘어난 영향이라면서 2분기엔 그 반대효과가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분기 GDP지표에 대해서도 앞으로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면서 “어떤 대통령과도 먼저 만나자고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결 조치가 발표된 순간과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있었던 순간에는 하락했지만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1분기 역성장했떤 GDP 수치도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