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약값 인하-부자 증세 ‘좌클릭’… “표심 호소 포퓰리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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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美보다 유럽이 싸다”
세계 최저 약값 요구 행정명령 서명… 고소득자 소득세 37→39.6% 제안도
관세 정책에 지지율 하락 고전… 내년 중간선거 겨냥 ‘민심 얻기’ 평가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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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이 주사’(비만치료제)가 미국보다 유럽에서 훨씬 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 값을 현재보다 30∼80% 낮추라고 제약사에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소비자가 전 세계 제약업계의 ‘호구(sucker)’ 취급을 받으며 비싼 약값을 내고 있다며 반드시 약값 인하를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해외보다 비싼 일부 암 치료제의 가격을 낮추려 시도했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반발하고 법원도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해 무위로 돌아갔다.

그가 이미 한 번 실패했던 이 정책은 물론 부유층 증세까지 동시에 추진하자 일종의 ‘좌클릭’을 시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율 관세 등으로 최근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자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 약값 인하-부자 증세 동시 추진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약 2.78배 비싸다.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의 30일분 기준 가격 또한 611달러(약 85만 원)로 스위스(70달러), 일본(35달러)보다 높다.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 있는 ‘중개인’들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12일 비만 치료 주사제를 프랑스 파리에서 맞으면 88달러(약 12만3200원)이지만 뉴욕에서 맞으면 1300달러(약 182만 원)가 든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등 진보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약값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 인하를 추진하자 줄곧 대통령을 비판해 온 샌더스 의원까지 반색했다. 샌더스 의원은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한다. 미국인이 가장 비싼 약값을 지불하는 현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1년에 250만 달러(약 35억 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37.0%에서 39.6%로 2.6%포인트 올리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다. 팁, 추가 근무 수당, 복지 혜택 등에 대한 면세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감세가 가뜩이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를 더 늘릴 것이란 우려로 일부 공화당 의원조차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고소득층 증세를 통해 감세 공약을 추진할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포퓰리즘 성향 점점 강해져”

다만 이런 행보에도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특유의 포퓰리즘 성향을 점점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그라운드워크콜레보라티브’의 리즈 팬코티 정책국장은 FT에 “트럼프는 어떻게 하면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좌파 의제라도 표를 결집할 수 있다면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여성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낙태 의제에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과거 낙태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는 처벌하지 말자고 했지만 재집권 후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의 반발을 의식해 낙태, 마약 의제에 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 공화당은 법인세 인하, 저소득층 건강보험 축소 등을 거론해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에 내줬다. 이를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부자 증세 등 민주당 성향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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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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