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 대장주로 꼽혀온 한화오션의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계기가 됐다. ‘깜짝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화오션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에 찍은 고점(8만9900원) 대비 12.68% 하락한 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실현 매물을 부른 건 산은의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이었다. 한화오션 주식 5973만8211주(지분율 19.5%)를 보유한 산은은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산은은 대우그룹이 해체된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당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산은의 매각하려는 물량을 1300만주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수량은 수요예측 이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입장에선 장기간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을 현금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절호의 기회다. 올해 들어서만 한화오션은 110.17%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작년 11월부터 상승세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조선산업을 콕 집어 협력 의지를 드러내면서 ‘트럼프 트레이드’ 테마를 이끄는 대장주로 떠올랐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직후부터 미 함정 시장을 겨냥해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고, 함정 유지·보수(MRO) 분야에서부터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워낙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증권가에선 고점 우려가 누적되고 있었다. 지난 1분기의 깜짝 실적에도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이 가파르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지난 1분기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분기 대비 매출은 3.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3%나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집계돼 있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1591억원을 62.5%나 웃돌았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도 저가로 수주한 물량 소진으로 인한 장기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됐었지만, (1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크게 빨라졌다”며 “올해 이익을 기반으로 한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적정 가치를 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과 동일하게 목표 PER로 KRX기계장비업종 평균인 33배를 적용했다”며 제시한 목표주가는 7만7000원이다. 기존 목표주가 5만5000원보다는 상향됐지만, 1분기 실적 리뷰(분석) 리포트를 발간하기 직전 거래일(4월28일)의 종가 8만9300원보다 13.77% 낮은 수준이다. 투자의견도 ‘중립’을 유지했지만 목표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매도 리포트’인 셈이다.
이외에도 LS증권과 신영증권이 한화오션의 1분기 실적 리뷰 리포트에서도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iM증권은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iM증권 9만1000원, LS증권 9만원, 신영증권 8만3000원이었다.
반면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상승 사이클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올해 연간 수주금액 전망치로 100억달러를 제시했다. 이 증권사의 정연승 연구원은 “연간 100억달러 수주가 달성되면 한화오션의 매출 증가 사이클은 2028년에도 이어지게 된다”며 “매출 증가 사이클이 재차 길어질 수 있고, 수익성이 예상을 웃도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논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가 새롭게 제시한 한화오션의 목표주가는 11만원이다. 대신증권과 상상인증권도 한화오션의 목표주가를 각각 10만원과 10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한화오션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8만7533원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