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출렁였던 뉴욕증시가 16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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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31.49포인트(0.53%) 오른 4만4254.7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9.94포인트(0.32%) 오른 6263.70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2.69포인트(0.25%) 오른 2만730.49를 기록,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파월 해임설에 시장 요동…트럼프 “가능성 희박” 진화
이날 미국 CBS와 블룸버그, CNBC 등 다수 매체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공화당 하원의원 그룹에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장중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했으며 주가도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장중 1%까지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파월 해임설’을 부인하면서 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강세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해 “어떤 것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그가 (연준 건물 보수 비용 관련) 사기로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파월 의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금리 결정 정책을 이유로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어 연준의 건물 보수 비용을 문제 삼아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되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에 더해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승할 위험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동기대비 2.3% 상승, 전월대비 보합에 그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한 것도 시장 상승에 힘을 보탰다. 앞서 0.3% 상승으로 수정된 5월 수치에 비해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ASML ‘깜짝 실적’에도 하반기 전망 하향에 주가 8.33%↓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업체 네덜란드의 ASML이 지정학적 이유로 올해 전망을 하향함에 따라 주가가 8% 이상 급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이날 ASML은 8.33% 내린 754.4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ASML은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한 22억9000만유로(약 3조689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판매 증가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하지만 신형 장비와 부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전망은 하향했다. ASML은 올해 3분기 매출을 74억유로~79억 유로 사이(약 12조원~12조8000억원)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3억유로(약 13조4000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내년을 바라볼 때 인공지능(AI) 고객들의 수요 기반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거시경제와 지정학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성장에 대비는 하겠지만 현 단계에선 이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파월 해임설’에 美국채 30년물 5% 돌파…국제유가 하락
국채금리는 ‘파월 해임설’에 변동성이 컸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전 파월 의장 해임설 보도 직후 급등해 5% 선을 뚫고 5.08%까지 고점을 높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이후 상승 폭을 반납했다. 다만, 이날 뉴욕증시 마감까지 5%대 초반 선을 유지했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내린 4.458%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휘발유 재고 증가 소식 등에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월물은 14센트(0.2%) 내린 배럴당 66.3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68.52달러로 전일 대비 19센트(0.3%) 내렸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수요 증가세 둔화와 함께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간 연합체) 산유국들의 감산 종료, 미주 지역의 생산 확대가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