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바일이 출시할 예정인 ‘T1 폰’. 트럼프 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사업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트럼프 모바일’이란 이름을 앞세워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 애플 등을 겨냥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스마트폰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터라 이해 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은 16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연 행사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트럼프 모바일’과 황금색 스마트폰 ‘T1’을 올 8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모바일’의 주력 요금제 이름은 ‘47플랜’으로, 한 달 요금이 47.45달러다. 트럼프가 제45대·47대 미국 대통령이라는데 착안한 것. 가입자에게 원격 진료 서비스와 100개국 이상에서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주둔 미군 가족에게는 국제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국제 전화비용도 할인해 준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미국 군인 가족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함께 내놓는 ‘T1’ 스마트폰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황금색으로 치장돼 있고, 뒷면엔 성조기가 새겨져 있다. 가격은 499달러로, 홈페이지에서 계약금 100달러를 내면 사전 주문할 수 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T1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며, 제3국이 아닌 미국에 기반을 둔 서비스 콜센터를 운영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트럼프 모바일이 “미국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미국 서비스”라고 홍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모바일이 게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명이나 콜센터 위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일각에선 현직 대통령의 가족 사업체가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는 건 공직자로서 이해 상충이란 비판도 나온다. 앞서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삼성 등 이동통신 기기 제조사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소재 비영리 감시단체인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CREW)’의 메건 포크너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BBC에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그의 일가가 사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다”며 “대통령 가족이 뛰어든 산업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업체를 자녀들이 운영하는 신탁에 맡겨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일가가 벌이는 사업의 수익이 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지난해에만 6억 달러(약 82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트럼프 일가의 모바일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높은 인건비, 복잡한 공급망, 해외 부품 조달 의존도 등으로 인해 스마트폰 생산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며 스마트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측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