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적 정부혁신, 차기 정부에 주는 교훈[기고/유상엽]

4 weeks ago 5

유상엽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유상엽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약 100일이 지났다. 필자는 풀브라이트 방문학자로 미 조지타운대에 나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00일을 생생히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에만 26개의 기록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한편, 이전 대통령들이 발효한 78개의 행정명령을 취소했다. 그 밖에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추방, 플라스틱 빨대 권장 등 그야말로 기존의 틀을 깨는 공세적 재편을 했다.

그중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혁신 노력이다. 정부효율부(DOGE) 신설 이후 각종 논란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됐지만 실제로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현대화를 통해 정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방대한 연방정부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증거 기반 정책을 펴고자 했는데, 그 일환으로 각 부처의 예산 지출 자료를 기록·승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삭감했다. 또한 과도한 규제를 파악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하고, 연방정부의 직무를 AI로 대체하려는 업무 자동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인력 감축 및 조직 개편도 강도 높게 추진해 출범 100일간 전체 연방 공무원의 약 12%인 28만5000여 명을 감축했다.

차기 정부는 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시작한다. 차기 정부가 추락한 정부의 신뢰와 기능 회복을 위해 강력한 정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 혁신이 주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

첫째, DOGE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 정부 역시 정부 내 AI·디지털 활용을 핵심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미 차세대예산회계시스템(dBrain) 등 상당 수준의 디지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각 부처가 생산한 데이터가 정책 결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부 안팎의 AI·디지털 활용을 지원하는 전담 부처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통계청을 데이터처로 격상해 각 부처의 데이터를 통할하자는 의견은 이미 행정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둘째, AI·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인력 효율화도 필요하다. 데이터에 근거해 공무원의 업무량과 국민적 수요를 분석하고 과잉 인력은 줄이는 한편 재교육·재배치를 통해 인력이 부족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를 통해 공무원 1인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 혁신을 위한 실질적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 리더, 엔지니어, 인사 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 4인으로 구성된 DOGE 팀을 각 부처에 두고 인력, 예산 및 규제 감축 등을 주도하고 있다. 차기 정부 역시 강력한 정부 혁신이 현장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각 부처에 DOGE 팀과 같은 전문가 그룹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출범 100일간의 ‘공세적 재편’은 미국 내 엇갈리는 시선에도 많은 교훈을 남겼다. 우리의 차기 정부는 정부 혁신에 관한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며 빠른 시일 안에 국정 공백을 마무리 짓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정부 혁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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