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미국 AP통신의 사진에는 뭔가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오벌 오피스에 앉아 있는 모습 말이다. AFP와 UPI 등 다른 통신사들의 사진에는 당연히 두 사람이 악수하는 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AP통신은 그 사진을 찍지 못했다. 대신 백악관으로 들어서는 이스라엘 총리를 맞이하는 트럼프의 사진만 10여 장 전송했다. 이후에 다른 통신사가 POOL(공동취재)로 찍은 사진을 받아 발행을 했지만 전 세계 고객사를 두고 있는 유수 통신사로서는 곤혹스런 일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트럼프와 참모들은 지금 AP통신과 소송 중이다. 멕시코 만을 미국 만으로 불러달라는 대통령측의 요구를 통신사가 거부한 것을 계기로 백악관 출입을 금지 시켰기 때문이다. 백악관측은 “AP가 특별한 권한을 갖고 트럼프에 접근할 자격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의 참모 3명을 고소했고, 이달 초 미 연방법원은 AP통신의 요청대로 백악관 출입을 허용하라고 판시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 1호기 그리고 백악관 경내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대해서 취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형식적으로 AP 통신은 다시 트럼프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8일 전송된 사진을 보면 AP통신 사진기자가 트럼프 바로 앞에 근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총리 면담 사진 등 최근 우리 언론사로 전송되고 있는 사진을 살펴보면, 온전한 접근권(access)를 보장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와 참모들의 꼼수 작전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AP통신의 백악관 출입 사진기자는 에반 부치(Evan Vucci) 기자이다. 그는 지난 2024년 괴한의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는 트럼프 후보의 사진을 촬영했다(이 사진은 최근 백악관 기자단에 의해 올해의 정치 사진으로 선정됐다). 트럼프의 아이콘 같은 사진을 촬영해 음으로 양으로 미국 대선에서 영향력을 끼쳤지만 그는 최근 몇 달 백악관 출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취미인 주짓수 사진만 왕창 올라와 있었다.
그러다 지난 4월 3일부터 백악관 야외에서 움직이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과 백악관으로 초대된 LA 다저스 선수단 사진 등의 대통령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백악관 풀 (POOL)에 다시 복귀한 거냐는 인스타 친구들의 댓글에 그는 “아직이다. 그래도 일정한 수준의 취재가 가능하게 되어 행복하다”고 썼다.
트럼프는 언론에 대해 단호하다.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은 얼마들지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지지자들 역시 트럼프의 언론 대응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고, 확실하게 ‘우리 편’으로 순치된 언론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반 부치 기자는 “어느 때보다 독립적이고, 당파적이지 않은 포토저널리즘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나는 역사의 초고를 기록하는 시간에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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