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 간병비로 다 써"…美 세대간 '富 이전'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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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자)는 부자 세대로 불린다. 수십 년간 경제 성장 혜택을 받으며 미국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946년생이 올해로 만 80세가 되자 이들이 사망하면 자녀 세대가 거액을 상속받는 ‘역대급 부의 이전’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도 컸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치솟는 노년층 간병비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2006~2022년 사망한 미국 노인 수천 명의 재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생애 마지막 10년간 지출한 간병·요양비로 자녀에게 돌아갈 유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인이 본인 부담으로 지출한 간병·요양비 누적 지출의 중간값은 1만9179달러(약 2810만원)로 집계됐다. 소득 하위 20% 중 41%는 간병비 지출 후 남은 재산이 아예 없었다.

재산을 물려받기는커녕 부모의 간병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을 허무는 자녀도 적지 않았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둔 미국 오하이오주의 팀 딜런은 7년 전 소방관으로 은퇴했지만 최근 택배기사로 다시 일하며 돈을 모은다. 아버지 집을 팔았음에도 간병비가 모자라서다. 그는 “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을 요양업체에 갖다 바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간병비 부담이 커진 것은 700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 인원 때문이다. 돌봄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설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보다 고령자를 부양할 자녀가 줄어드는 가운데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돌봄을 외부 서비스에 맡겨야 하는 등 사회적 변화도 비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도 상당수는 간병비 지급에 필요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은퇴연구센터(CRR)가 지난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의 52%가 남은 생애 중 90일 넘게 고강도 장기요양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장기요양보험 가입자는 5% 미만에 불과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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