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도 ‘트럼프 효과’… 4개 부문 휩쓸어

8 hours ago 2

지난해 유세장 피격 사진-속보 기사
기부금 비꼰 WP 前만평작가 등 수상
임신중절 금지 다룬 프로퍼블리카
대상격인 ‘공공보도’ 2년 연속 받아

2025년 퓰리처상 만화·삽화 부문 수상자인 앤 텔네이스 전 워싱턴포스트(WP) 만평 작가가 올 1월 그린 만평 초안. 그는 WP를 소유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왼쪽)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돈을 바치는 듯한 이 만평의 게재를 거부당하자 회사를 떠났다. 사진 출처 텔네이스 서브스택

2025년 퓰리처상 만화·삽화 부문 수상자인 앤 텔네이스 전 워싱턴포스트(WP) 만평 작가가 올 1월 그린 만평 초안. 그는 WP를 소유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왼쪽)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돈을 바치는 듯한 이 만평의 게재를 거부당하자 회사를 떠났다. 사진 출처 텔네이스 서브스택
미국 최고 권위의 보도상인 ‘퓰리처상’이 5일(현지 시간) 올해 수상작을 발표했다. 언론 분야 15개 부문의 수상작 중 4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보도였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언론 속보’ 부문의 기사 및 사진 수상작은 모두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다룬 보도가 차지했다. ‘언론 속보 기사’ 부문의 수상자인 워싱턴포스트(WP) 취재팀은 ‘상세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신속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보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텔네이스가 WP 재직 당시 그렸던 만평. 역시 모든 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사진 출처 텔네이스 서브스택

텔네이스가 WP 재직 당시 그렸던 만평. 역시 모든 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사진 출처 텔네이스 서브스택
‘언론 속보 사진’ 부문의 수상자는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NYT) 기자다. 그는 초당 최대 30프레임의 연속 촬영이 가능한 일본 소니의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피격 당시 허공을 가르는 총알의 궤적까지 포착해 냈다. 만화·삽화 부문의 수상자는 앤 텔네이스 전 WP 만평 작가다. 그는 WP 사주(社主)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상 앞에 절을 하고 돈 꾸러미를 바치는 만평을 그렸다가 게재를 거부당하자 올 1월 초 17년간 재직했던 WP에 사표를 던졌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텔네이스가 “힘 있는 인물과 기관을 능숙하고 창의적으로 비판했다”고 격려했다.

‘국내 보도’ 부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최근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떠나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수상했다. 선정위원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의 정치적 변모 과정, 머스크의 약물 오남용 의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사적 대화 등을 추적했다”고 평가했다.

‘대상’ 격인 공공보도 부문에서는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매체는 임신중절 금지법을 시행하는 미국 보수 성향 주(州)에서 의사들의 고의적인 늑장 대처로 산모들이 사망한 사건을 파헤쳤다. 지난해에는 종신직인 연방대법관들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기사로 수상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좀비 마약’ 펜타닐의 미국 내 유통 문제를 파헤친 로이터통신이, 국제보도 부문에서는 수단 내전을 분석한 NYT가 각각 수상했다. 언론사별로는 NYT가 4개, 뉴요커가 3개, WP가 2개의 수상작을 냈다. 퓰리처상은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19세기 말 황색 언론 ‘뉴욕월드’의 사주였던 조지프 퓰리처(1847∼1911)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전문 언론인 교육기관의 시초로 꼽히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언론대학원)도 그의 기부로 설립됐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이 주로 쓰는 건물은 ‘퓰리처홀’로 불린다. 퓰리처상은 언론 부문 15개 부문과 출판, 음악, 공연 등 예술 부문 8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는 금메달을, 모든 수상자는 각각 1만5000달러(약 2100만 원)씩을 받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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