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를 움직이는 뮤지컬계 미다스의 손, 프로듀서 신춘수를 만나 골프를 이야기했다.
브로드웨이 성공 신화 신춘수의 골프담
영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체력이 저하되어 있을 텐데도 호기심 많은 어린 왕자와 같은 반짝이는 눈빛과 맑은 웃음은 오히려 나를 들뜨게 했다. 특별한 골프 에피소드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뮤지컬 프로듀서 신춘수는 그만의 황당하면서도 즐거운 기억을 풀어놓았다.
“골프를 이십 년 쳤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라운드 한다. 골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하고 투어 프로와 레슨 계약을 했었다. 작품 개발에만 매진했던 당시, 딱 두 번 레슨을 받았다. 친구들이 피팅숍에 데려갔다. 최경주 프로가 한참 활약하던 2000년 초중반, 스틸 샤프트에 날렵하게 잘빠진 페이스의 아이언 프로 스펙으로 클럽을 장만했다. 골프장에 갔다. 놀랍게도 공을 잘 맞췄다. 심지어는 한 골프 하는 친구들보다 거리가 더 났다. 친구들은 나한테 천재라고 했다.
‘아, 난 천재구나!’ 어린 시절에 태권도를 하고 야구를 했던 나는 힘보다 몸을 잘 쓰는 편이다. 골프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첫 라운드에서 ‘감’ 골프를 했던 것이다. 한번은 CJ기업과 함께 뮤지컬을 만들며 대표와 골프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새로 사온 클럽의 비닐 포장을 티샷 전의 현장에서 벗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 대표님이 라운드 내내 보여주셨던 인내심 넘치는 배려와 매너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또 한번은 공이 너무 안 맞아서 전반 라운드만 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 물론 오래전 해외에서 친구들과 편한 자리에서 일이다. 이제는 가늠이 된다. 좋은 사람들과 필드를 걸으며 라운드 하는 기쁨을. 잘 치고 싶다, 골프를.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신춘수 대표가 프로듀싱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사랑받는 메인 넘버 ‘지금 이 순간’ 중 가사 일부다).”
뮤지컬 본고장에서 리드 프로듀서로 우뚝 서다
프로듀서 신춘수는 2001년 오디(OD)컴퍼니를 설립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 첫선을 보이며,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드림걸즈> 등 작품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국내 프로덕션을 제작하였다. 특히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는 공연계 신드롬을 일으키며 현재까지도 높은 좌석점유율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Holler If Ya Hear Me)>,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등을 제작한 한국 최초 브로드웨이 리드 프로듀서(의사 결정권을 가진 제작자)이다. 조승우, 류정한, 정성화 등 좋은 배우를 발탁해 성장시켰고 손대는 것마다 대박이 나는 프로듀서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린다. 약 40여 편의 라이선스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며 다수의 뮤지컬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 뮤지컬 시장 발전과 대중화에 공로로 인정받아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 최고의 프로듀서상, 2020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2024년 4월 25일, 신춘수 대표는 아시아 최초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가장 미국다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 개막 이후 20주 연속 원 밀리언 달러 클럽을 유지하며 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Drama Desk Awards)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수상, 제 77회 토니어워즈(Tony Awards)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 수상, OST 앨범이 빌보트 차트 ‘캐스트 앨범(Cast Albums)’ 1위를 기록하는 등의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고전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백만장자가 된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이야기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미국 공연 1년을 기념해 지난 4월 11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콜리세움극장에서 프리뷰를 올렸다(2025년 9월 7일까지 공연). 또 오는 8월 1일, GS아트센터에서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부터 9년간 개발하고 숙성시킨 작품을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대한민국 서울 3곳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전무한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신 대표는 전 세계 무대를 누리는 바쁜 일정을 쪼개 현재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을 맡아 뮤지컬 시장과 산업 발전을 위한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지킬앤하이드> 서울 공연이 막을 내렸다. 공연장 마무리와 수고한 스태프, 배우 들을 격려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달려가는 신 대표. 그런 신 대표의 뒷모습에 <맨오브라만차>의 메인 넘버 ‘이룰 수 없는 꿈’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BGM으로 오버랩된다. 물론 신 대표는 ‘Impossible Dreams Come True’,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지만 말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소. 오직 나에게 주어진 길을 따르는 것.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본분, 아니 특권이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돈키호테의 대사 중에서)
[writer 이지희]
이지희┃현재 국가유산디지털보존협회 부회장.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터 등으로 문화예술계 다방면에서 일했다. 베스트 스코어 2 오버 기록을 가진 골프 마니아로 골프와 사랑에 빠진 예술인들의 활동과 에피소드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