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위한 '사역'...목사님도 근로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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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위한 '사역'...목사님도 근로자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회 소속 목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목사의 업무가 일반 직장인의 근로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구로구 소재 A교회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지난 4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소속 A교회는 2023년 열린 임시 당회에서 법제·인사위원을 선출하려다 홍역을 앓았다. A교회 목사회와 장로회 회장단이 추천한 후보자들이 대거 부결되자 목사 14명을 포함해 66명이 항의 차원에서 대거 당회장을 떠난 것이다. 당회란 교회 장로로 구성된 교회 의사결정기구다.

이후 A교회 당회 대리회장이 직권으로 후보자를 추천해 2차 투표를 진행하고 위원을 선출했던 점이 문제가 됐다. A교회는 전년까지 당회장을 선출하지 못해 임시로 대리회장을 세운 상태였다. A교회 소속 목사 B씨를 포함해 전도사 등 17명은 대리회장의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그해 교구·기관 배치안을 거부했다. 일반 회사라면 인사 배치안을 거부한 셈이다.

A교회가 B씨 등에게 정직·감봉 징계를 내리자 B씨 등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면서 사태는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B씨 같은 목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였다. 교회 측은 "B씨 등은 비영리 신앙공동체에서 자발적으로 종교활동을 하는 종교인"이라며 "목사는 교회 정관이나 운영 규정 등 세칙을 제·개정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교회 목사도 근로자라고 봤다. 목사들이 A교회에 종속된 상태에서 업무를 진행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B씨 등은 주어진 업무시간에 교리 및 성경을 탐색해 예배를 준비하고, 해외나 지방 출장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담임목사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며 "A교회의 지휘·감독을 받은 것"이라 했다.

실질적으로 일반 근로자와 A교회 목사 간 차이점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A교회가 지문인식기로 출근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일부 목사가 4대 보험에 가입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했던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A교회는 자체 인사세칙으로 정기 상여금과 퇴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법원은 "A교회가 B씨 등과 맺은 채용계약서도 근로계약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당회에서 표결을 하는 목사는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라는 A교회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회 기관 및 교구에 담당 교역자를 배치하고, 각종 예배에 대해 지시·감독을 내리는 실질적인 사용자는 A교회의 담임목사"라고 지적했다. 당회에서 표결을 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종교기관은 소속 종교인을 프리랜서나 촉탁직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 분쟁 씨앗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종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개별 사실관계가 소송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채용계약서가 근로계약서로 인정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곽용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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