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아들 목소리”…순직소방관 부모님 기내서 눈물 흘린 사연

7 hours ago 1

소방청
“엄마, 아빠! 보이지 않아도 저는 늘 곁에 있어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지난해 1월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의 어머니인 이보경 씨는 기내에서 아들의 목소리로 제작된 음성 편지가 울려 퍼지자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이 씨는 다른 순직 소방관 부모 16명과 함께 이달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소방청이 마련한 ‘마음 치유 여행’을 떠나던 중이었다.

순직 소방관 부모들은 음성 편지를 듣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훔쳤고, 이내 상황을 파악한 승객들은 박수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소방청

소방청

15일 소방청에 따르면 음성 편지는 기내에서 안전을 당부하는 안내방송 뒤에 흘러나왔다.

“손님 여러분, 오늘 이 비행기에는 119 영웅 가족분들이 탑승하고 계십니다.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는 부모님을 위해 한 아드님이 준비하신 음성 편지를 같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저 수광이예요. 갑자기 제 목소리가 들려서 놀라셨죠? 엄마 아빠가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가신다고 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깜짝 편지를 써봐요. 제가 가족의 곁을 떠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네요. 제가 떠난 후로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많았어요. 아마 지금 엄마 아빠의 곁에 계신 다른 소방관의 부모님들도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엄마, 아빠! 그리고 제 동료 소방관들의 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용감했던 소방관이었잖아요. 오랜만의 여행이니까 자식들 생각은 잊으시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다 오세요. 부모님들의 눈부신 외출이 더 눈부시도록 마음의 짐도 내려놓으세요. 엄마, 아빠! 보이지 않아도 저는 늘 곁에 있어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소방청
이 비행기에는 김 소방장과 함께 근무했던 양영수 소방경도 우연히 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후배의 목소리를 들은 양 소방경은 김 소방장의 부모와 만나 “비행 내내 함께 울었다. 이렇게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두 손을 꼭 잡고 끌어안았다.

한편, 소방청의 ‘순직자 부모님 마음 치유 여행: 눈부신 외출’은 티웨이와 유가족 비영리법인 (사)소방가족희망나눔의 후원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2023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