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페어웨이를 벗어날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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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이 25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통산 8승째를 거둔 뒤 손가락으로 ‘8’을 표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KLPGT 제공) |
최근 박현경의 티샷을 본 선수들의 말이다. 박현경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10억 원) 전까지 상금 랭킹 22위에 그쳐 있었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답지 않은 시즌 출발이었다. 그러나 박현경은 곧 시즌 첫 우승이 나올 거라 믿었다. 드라이브 샷 능력이 올라가면서 경기력이 점점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시즌 8개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현경은 25일 경기 여주시의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적어내고,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우승했다. 2위 이채은을 1타 차로 따돌렸다.
박현경은 KL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둔 간판스타다. 지난해 3승을 따내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 출발은 더뎠다. 하지만 E1 채리티 오픈에서 올 시즌 첫 우승을 기록하면서 통산 우승을 8승으로 늘렸다. 지난해 6월 맥콜·모나 용평오픈 이후 11개월 만의 우승이다. 대상 포인트 70점을 획득해 누적 점수 206점으로 랭킹 6위에서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또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을 받아 올해 상금은 2억 8443만 원으로 늘었고, 상금 랭킹은 22위에서 6위로 수직 상승했다. 이번 대회가 채리티 대회로 자선기금 모음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는 대회인 만큼, 박현경은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E1 채리티 오픈은 자선 대회의 의미가 있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대회”라면서 “원래는 상금의 13%를 기부하기로 했는데, 경기 중간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현경의 경기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드라이브 샷이다. 드라이브 샷 비거리와 정확도를 합친 ‘드라이빙 지수’ 1위를 달리고 있다. 투어 내에서 드라이브 샷을 가장 잘한다는 뜻이다. 올해 페어웨이 안착률 77.95%로 전체 선수 가운데 16위에 올랐고, 비거리는 241.99야드로 19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비거리는 지난해 46위(239.24야드)에서 27계단이나 상승했다.
박현경을 지도하는 이시우 코치는 “박현경이 정확하게 치는 능력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 코치는 이데일리에 “드라이버, 아이언 샷 백스윙을 할 때 몸이 뒤로 빠져서 공이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지 않는 문제점 때문에 샷이 들쭉날쭉했다”며 “최근 하체 중심을 잡고 지면 딛는 걸 이용해 회전까지 연결하는 연습을 많이 했더니 드라이버 샷은 물론 전체적인 샷 정확도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선 아이언 샷까지 날카로웠다. 2라운드에선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했고, 최종 라운드에선 이채은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클러치 샷을 만들어내며 우승 기회를 잡았다.
또 박현경은 퍼트 때 ‘역그립’을 사용했다. 오른손을 밑으로 내려 잡는 정그립과 달리 역그립은 왼손이 오른손 아래에 있는 형태로, 공이 퍼터 헤드에서 출발할 때 원하는 대로 똑바로 굴러가는 게 장점이다. 뒤틀림이 덜해 직진성이 좋아진다. 왼손이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목 흔들림을 잡는 데 용이하며, 오른쪽 손목이 과도하게 움직이는 걸 왼손과 왼손목, 왼팔이 막아준다.
한층 향상된 샷 정확도와 퍼트 변화 등 덕분에 박현경은 KLPGA 투어 역대 12번째 노보기 기록도 작성했다. 2라운드 경기를 제외하면 8번에 불과한 진기록이다.
경기는 박현경과 이채은의 매치플레이 같을 정도로 둘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박현경이 9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잡아내자 이채은도 11번홀(파4)에서 티샷을 한 번에 그린에 올린 뒤 이글을 낚았다. 17번홀(파4)에선 박현경이 2번째 샷을 핀 뒤 1m 거리에 완벽하게 붙여 버디를 예약하자, 이채은이 뒤이어 9.4m 버디 퍼트를 잡아냈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갈렸다. 이채은의 2번째 우드 샷이 페어웨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 물에 빠지면서 보기를 범해, 파를 지킨 박현경이 우승을 확정했다.
박현경은 우승 후 “지난달 중순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부터 매일 퍼트 스트로크를 500개씩 하고 잤다. 노력이 빛을 발해 기쁘다”면서 “올해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했다. 상반기가 가기 전에 우승해서 매우 행복하다. 지난해처럼 시즌 3승만 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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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이 25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KLPGT 제공) |